[기자수첩] 선거철 정치인 겨냥 폭행,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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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거철 정치인 겨냥 폭행,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다
  • 윤슬기 기자
  • 승인 2018.05.1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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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윤슬기 기자] 선거철 정치인을 겨냥한 폭력사태가 또 일어났다. 특정 후보에 대한 반대 진영의 물리력 행사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현된 것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지난 14일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위한 토론회 도중 폭행을 당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역 최대 현안인 제주 제2공항 건설 문제에 관한 후보자들의 정견을 듣는 자리였다. 지난 2015년 국토교통부는 포화 상태인 제주국제공항의 수요를 분담할 목적으로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환경파괴 논란과 함께 제주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토지 수용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했다. 가해자인 김모씨는 제2 신공항 건설에 반대측으로 건설에 찬성하는 원 후보에게 토론회 중간 단상으로 뛰어 올라 달걀을 던지고 폭행했다. 더욱 아찔한 것은 김씨는 흉기도 소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유혈 난동은 단순 폭력이 아니라 정치테러라 불러도 무방하다. 정치적 반대자를 겨냥한 폭력으로 공포를 일으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 했기 때문이다.

상황은 심각하다. 불과 열흘 전 백주대낮 경비가 삼엄한 국회 본관에서도 폭력사건이 발생, 국회에서 단식 농성 중이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봉변을 당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방선거 후보 경선 과정에서 낙마한 일부 후보들이 당 지도부를 찾아와 실력을 행사하고, 자해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40대 남성이 커터칼을 휘둘러 얼굴에 10cm가 넘는 큰 상처를 입혔던 일도 있었다.

아무리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적 의사 표현은 자유롭게 보장돼야 한다고 하더라도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자신의 입장과 다른 정치인이나 정당이 있다면 선거에서 투표를 통해 의사표시를 하면 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폭행과 자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드러내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최근 일련의 사건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자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다. 특히 정치인을 겨냥한 폭력행사는 건강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여론 왜곡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더욱 근절돼야 한다.

6‧13 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역 내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정책 공약 등이 전면에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SNS에서는 정치적, 이념적으로 ‘네 편 아니면 내 편’을 나누는 분열상이 극심해지면서 정치폭력을 행사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상황이 확산되는 것도 우려스럽다. 특히 원 후보는 폭행 사건 직후 ‘2차 댓글 테러’까지 감수해야 했다. 그의 피습 기사에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조롱하는 댓글까지 달려 있는 것을 보니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사법당국은 최근 정치 폭력사태가 일어난 것에 대해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선거철 정치테러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폭력 가해자는 물론 배후세력이 있는지도 철저히 수사해 일벌백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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