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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주고받기' 대 미일 '先핵폐기' 힘겨루기 수면위로볼턴 '리비아식 해법'에 북미담판 무산 경고 / 풍계리 폐기부터 단계적 보상 요구할 듯
지난 7~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두 번째 회담을 가졌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동석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북한이 16일 북미정상회담을 27일 앞두고 '일방적 핵 폐기'를 강요한다면 정상회담도 재고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북한의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일단 회담일에 임박해 나온 돌출 발언이 아니란 점에서 협상의 판을 깨기 위한 의도보다는 비핵화 방식을 둘러싼 양측의 물밑 힘겨루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 미국이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리비아식 해법을 강요하자 북한이 '주고받기'식의 단계적 해법을 관철시키기 위해 '충격요법'을 사용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직전 다롄에서 두 번째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방증하듯 시 주석은 북한의 깜짝 발표 전날 외교안보팀을 소집해 국제정세 변화에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시진핑 15일 외교안보팀 소집 지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중앙외사공작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고 "현재 세계에 불안정한 요인이 많아지고 중국의 발전은 기회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외교안보팀을 소집해 국제 정세 변화를 정확히 파악해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당 중앙에 집중된 지도력을 강화하고 현재 국제 정세의 발전과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며 진취적이며 혁신적으로 중국 특색 대국 외교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북중 양국이 3월말 폼페이오의 1차 방북 직전 김 위원장의 첫 베이징 방문에서 북미 담판을 두고 양국 간 전략적 협력과 소통을 약속한 만큼 북한은 '북미회담 재고' 발표에 앞서 중국 측에 이를 통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시 주석의 지시는 북미정상회담 관련 정세 변화에 대응하라는 지시였을 가능성이 높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중대기로에 선 만큼 북중 양국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김계관 "리비아를 우리랑 비교말라"

북미 협상과 관련 북중 양국의 최우선 협력 사안은 비핵화 방식이다. 북중 양국은 '미국의 선핵폐기 후보상' 해법에 맞서 '단계적 해법'을 주장해 왔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북미정상회담 재고' 의사를 밝히면서 핵개발 초기단계의 리비아와 '핵보유국'인 북한을 비교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볼턴 백악관 보좌관은 13일(미국시간) "북한의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PVID)'를 위해 북한의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능력이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며 "북한에 대한 경제적 보상에 착수하기 이전에 PVID가 완료돼야 한다"고 했다. 이는 리비아식으로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의미다. 김 제1부상은 즉 단계적 해법을 요구하며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될 수 있다고 협박한 셈이다.

중국 역시 단계적 해법을 미국에 요구해 왔다. 시 주석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미 양국이 서로 마주 보고 가면서 상호 신뢰를 쌓고, 단계적으로 행동에 나서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는 중국 관영매체인 CCTV가 전한 내용으로 미 백악관 측 전언과는 차이가 컸다. 백악관은 "(미중 정상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때까지 대북 제재 이행을 지속하는 데 합의했다"고만 했다.

▮풍계리 폐기와 미 핵위협 중단 맞교환?

이처럼 북중 양국이 주고받기식 비핵화 해법을 미국에 요구할 경우 당장 이달 23~25일 예정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대한 미국의 보상이 필요하다. 가능성이 높은 것은 미국의 핵전략자산 한반도 전개를 중단하라는 요구다. 이와 관련 김 제1부상의 발표가 있기 전 같은 날 새벽 북한이 한미 공군의 '맥스 선더' 훈련을 대북 도발로 규정하고 이날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의 무기한 연기를 통보한 바 있다. 훈련 자체 보다는 훈련에 동원된  F-22 등 핵전략자산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향후에는 '행동 대 행동'의 단계적 조치로 대북 제재 완화를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제1부상은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 한 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지난 14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최근 북중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면 단계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김 위원장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미국이 비핵화를 종료하면 경제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약속을 지킬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중국이 북한 무역액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최대 현안인 경제지원책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통한 대중 경제협력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박숙현 기자  unon@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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