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 ‘태움 Out’ 목소리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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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들, ‘태움 Out’ 목소리 커진다
  • 김경수 기자
  • 승인 2018.03.1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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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 문제 넘어 병원 시스템이 개선돼야”
지난 3일 광화문 역 근처에서 ‘태움’ 희생 간호사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참석자들이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김경수 기자] 지난달 15일 서울 아산병원 1년차 간호사 A씨(27)가 송파구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따로 발견되지 않았으나 숨진 A씨 남자친구는 “선배 간호사 ‘태움’ 때문에 A가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해 경찰은 조사 중이다.

간호계 ‘태움’은 다른 직업보다 더 독보적으로 잘 알려졌다.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10년차 간호사 R씨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 특성상 엄격한 관리 체제 아래 오는 과도한 업무 부담이 태움으로 연결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 1인당 12~18명의 환자를 돌보니 주어진 업무량을 소화하긴 힘들고, 또 신입들을 가르치는 트레이닝 기간도 충분치 못해 환자 사고라도 발생하면 연대책임 문제까지로 발생하기 때문에 ‘태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전국 110개 병원 노동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를 보면 ‘현재 근무하고 있는 부서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82.6%에 달했다.

‘인력부족으로 건강이 악화됐다’는 응답은 69.8%, ‘인력부족으로 환자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76.6%였다.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은 곧 간호사들의 높은 이직률로 직결된다. 한국의 신규 간호사 이직률은 33.9%에 이른다. 신규 간호사들을 많이 뽑아도 결국 일손이 모자라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인천 길병원에 근무하는 11년차 K씨는 “병원은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에 힘 써야 할 것”이라며 “간호사의 실수는 곧 환자들과 연결되기 때문에 인력 증원, 3교대 근무환경 개선, 병원 내 심리상담센터를 설치해 간호사들의 애로사항을 적극 반영한다면 태움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간호사가 충분한 임상실습을 하기 위한 시스템과 제도가 마련돼 있다. 미국은 신규 간호사의 병원적응을 돕기 위해 1년 동안 ‘1대1 멘토’를 지원하며 단계별로 임상실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간호사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신규 간호사들에게 졸업한 뒤 임상훈련을 법에 명시해 의무화하고 있고, 정부도 모든 의료기관에 교육훈련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김종길 덕성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억압된 조직 문화가 차츰 개선되고 있지만 간호계는 아직 갈길이 멀다”며 “수평적 방향으로 업무를 개선하기 위해선 간호사 뿐 아니라 병원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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