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관세폭탄 들고 돌아온 나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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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관세폭탄 들고 돌아온 나바로
  • 송병형 기자
  • 승인 2018.03.0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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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정경부장

미국발 무역전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만큼이나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으로 있는 피터 나바로이다. 그는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제품에 어떤 국가도 예외 없이 안보관세를 물리기로 한 결정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그의 생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바로는 지난 일요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와 중국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WTO에 대해 “많은 문제가 있고 160개 회원국 중 다수가 우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에게 좋은 결과가 있던 적이 없다”며 “더 이상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우리가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세계가 깨닫는 것이다. 우린 공정하고 상호간 이뤄질 수 있는 교역을 원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에서 엄청나게 과잉생산된 철강과 알루미늄이 세계 시장을 범람시켜 미국과 다른 나라에까지 번지고 있다. 알루미늄·철강 문제의 근원은 여러모로 중국에 있다”고 했다.

나바로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전부터 대중국 강경론자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그의 저서에는 이번 무역전쟁을 예고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는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그날’이나 ‘웅크린 호랑이’ 등의 저서에서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이후 5만7000개의 미국 공장이 사라졌고, 2500만명의 미국인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바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전 그의 멘토 역할을 했고, 당선 이후에는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의 초대 위원장에 올랐다. NTC는 무역협상 전략을 수립하고 미국의 제조 및 방위산업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만든 조직이다. 출범 초기 미국무역대표부(USTR)와 노동부를 거느리며 미국에서 생산한 상품을 구입하고 미국인을 고용하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았다. 당시 나바로는 이 NTC를 이끌고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일 것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4월 백악관 내 대표적인 자유무역 옹호자인 개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주류 세력과의 파워게임에서 밀려나 콘 휘하에 신설된 무역제조업정책국으로 좌천됐고, NTC는 조직이 해체되기에 이른다.

밀려나 있던 그를 돌아오게 만든 것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상무부의 조사보고서다. 그가 밀려난 시점에 시작된 상무부 조사는 올 1월 마무리됐다. 나바로는 이 조사보고서 작성에 깊숙이 관련돼 있다. 그는 일요일 CBS방송에 출연해 “우리(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나바로)는 수없이 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밀려나 있는 동안 그는 칼을 갈고 있었던 셈이다.

나바로는 이번 안보관세 발표를 전후해 승진설이 돌고 있다. 국장 직책에서 대통령 특별보좌관으로의 승진이다. 트럼프 정부의 무역전쟁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가는 그의 승진에서 재확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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