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상화’와 ‘합리화’…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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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정상화’와 ‘합리화’…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 송경남 기자
  • 승인 2018.02.2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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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남 건설사회부장

[매일일보 송경남 기자] 2018년 2월 20일.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현지조사에 공공기관이 참여하고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지속된 규제 완화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고, 안전진단 제도가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20%에서 50%까지 상향 조정했다”라고 밝혔다.

3년 전인 2015년 1월 20일.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2014년 9월 1일 발표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주거안정 강화방안’ 후속조치로 재건축 연한 단축, 안전진단 합리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라고 밝혔다. 안전진단 기준과 관련해서는 “구조안전성,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 주거환경, 비용분석 등 4개 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중이 40%로 가장 높다”면서 “주민 생활 불편 최소화를 위해 주거환경 중심의 안전진단 기준을 적용(5월부터 시행)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해 5월 26일 구조안전성 부문의 가중치를 40%에서 20%로 낮췄다.

하지만 3년 만에 재건축 안전진단(판단) 기준이 바뀌었다. 정부는 가파르게 오르는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3년 전 ‘합리화’를 명목으로 완화했던 안전진단 기준을 ‘정상화’란 명목으로 다시 강화했다. 이로써 정부 스스로 3년 전에 내놓은 정책이 비정상적이었다고 인정한 셈이 됐다.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은 시장 상황과 정권의 향배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이명박 정부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하면서 ‘빚내서 집을 사라’는 메시지를 암묵적으로 던졌다. 박근혜 정부도 출범 초기에는 기존 주택 양도세를 5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폐지하는 부양책을 썼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양도세 중과 시행(4월 예정) 및 보유세 인상 검토 등을 통해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라’고 압박하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은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정부를 믿은 선량한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이 발표되자 양천·노원·송파구 재건축 대상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이게 무슨 정상화 방안이냐?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소리지”부터 “재건축 연한을 40년 이상으로 무기한 연장한 것과 같다”, “왜 우리만 피해보나?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 “우리도 안전한 집에 살고 싶다”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현지에 가보면 이번 방안에 대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주민도 종종 본다. 목동아파트에 사는 한 60대 주민은 “손바닥 뒤집듯 부동산 정책이 바뀌는 것을 한두 해 봐왔나? 정권 바뀌면 또 바뀔 거야”라면서 “집값을 떠나 낡고 노후화된 아파트에서 더 살아야 한다는 걱정거리지”라고 말했다. 평생 돈을 모아 집 한 채 마련한 그에게는 집값이 떨어지는 것보다 주거생활의 불편함이 더 현실적인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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