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국내 은행들이 올 4분기 가계와 중소기업 중심으로 대출 문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금리 상승기에 차주의 부실 우려가 높아졌고, 정부가 8.2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과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을 발표하며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살펴보면 4분기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15로 전분기(-18)에 이어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대출태도지수는 2015년 4분기 이래 9분기째 마이너스다. 전망치가 마이너스(-)면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응답한 금융회사가 대출심사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회사보다 많다는 뜻이다.
한은은 “8.2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과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 영향으로 가계대출 심사가 강화되고, 중소기업 대출은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도소매·숙박·음식업 기업 신용위험 증가 우려로 깐깐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차주별 은행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를 보면 가계주택은 -30으로 3분기(-40)에 이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 1분기에 –41을 기록한 바 있다.
신용대출 등 가계일반은 –20이다. 이 전망치가 현실화되면 2003년 4분기(-24) 이래 14년만에 마이너스 폭이 가장 큰 것이다. 중소기업은 -7이다. 대기업만 0으로 전분기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기업은 2013년 3분기 이래 줄곧 마이너스를 보였다. 반면 가계주택은 -20으로, 2007년 3분기(022) 이래 가장 큰 폭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주택거래가 둔화되며 대출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비은행금융기관 중 신용카드사만 대출을 늘리는 추세를 보였다. 4분기 카드사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19로 전분기보다 6p 올라갔다. 8월 수수료 우대 가맹점 범위 확대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카드론으로 만회하려는 대책으로 풀이된다.
차주 신용위험은 비은행금융기관 전 업권에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상호저축은행과 카드사는 풍선 효과로 대출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호금융과 생명보험은 주택구입 감소로 수요가 줄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처럼 은행과 비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차주의 신용위험 등을 이유로 대출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대출 증가세가 감소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작년의 경우 전망치가 마이너스로 조사됐음에도 가계대출 급증세는 꾸준히 이어졌다.
한편 이번 금융기관 대출행태 조사는 지난 8월 25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국내은행 15개, 상호저축은행 16개, 신용카드사 8개, 생명보험회사 10개, 상호금융조합 150개 등 전국 199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