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 시즌프로그램 '에어콘 없는 방' 14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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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 시즌프로그램 '에어콘 없는 방' 14일 개막
  • 김종혁 기자
  • 승인 2017.09.1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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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2017년 시즌 프로그램으로 신작 <에어콘 없는 방>(작 고영범, 연출 이성열)을 극단 백수광부와 공동제작해 오는 9월 14일부터 10월 1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올린다.

  • <에어콘 없는 방> 내일 개막... 23일 ‘관객과의 대화’에 주인공 아들 참여해
  • - 9월 23일(토) 공연 후 대담에 실존하는 주인공 아들이 미국서 건너와 직접 참여
  • - 박헌영, 앨리스 현 사이에 실존했던 ‘피터 현’(1906~1993)의 자기 분열적 생 다뤄
  • - 75년 8월 7일~ 8일, 에어콘 없는 방 안에 갇힌 주인공의 하룻밤 광염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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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6회 벽산희곡상을 수상한 <에어콘 없는 방>(원제: 유신호텔 503호)의 주인공은 1906년 하와이에서 태어나 한국, 상하이, 미국을 떠돌며 역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겪었던 실존 인물 피터 현(1906~1993)이다.

그는 1919년 3‧1 운동기 한국 독립운동을 상하이와 전 세계에 알린 현순 목사(玄楯, 1880~1968)의 아들이자, ‘박헌영의 첫 애인’, ‘한국판 마타하리’ 등으로 구설에 오르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평양에서 박헌영과 함께 처형된 앨리스 현(1903~1956?)의 동생이다.

오는 23일 오후 3시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지는 대담에서 주인공의 아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 한국 근현대와 세계가 마주하는 경계면에 존재했던 실존 인물을 근거로 한 이 작품을 위해 더글라스 현(Douglas Hyun)(실존 인물 피터 현의 아들)이 고영범 극작가와 이성열 연출가, 조만수 드라마터그가 함께 피터 현의 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현순 가족사진(로스앤젤레스, 1948년) ⓒ David Hyun_출처[현앨리스와 그의 시대(정병준 지음, 돌베개, 2015)]

미국에서 특별 게스트로 초청된 더글라스 현은 “아버지의 생애와 그가 남긴 두 권의 자서전 「만세! Mansei!」(1986)와 「신세계에서 In the New World」(1991)가 연극 작업에 창조적인 영감을 준 것에 대해 영광으로 생각한다”라며 이번 연극에 깊은 관심을 전해왔다.

또한 자신이 쓴 희곡이 무대에 오른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고영범은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인 재미 극작가로, <태수는 왜?>로 정식 데뷔해 <이인실>, <방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 1930년 시빅 레퍼토리 극장(Civic Repertory Theatre)을 시작으로 칠년 간 미국에서 활동했던 연극 연출가 ‘피터 현’을 다루고 있다는 것은, 조국을 떠나 이민자로서 연극 작업을 해온 고 작가의 정체성과 맞닿아있다. 이번 대담은 극중 배경인 1975년을 중심으로 피터 현의 생의 자취를 되짚어보며 한국 근현대의 격변에 대해 폭넓게 사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에어콘 없는 방  1975년 8월 7일에서 8일로 넘어가는 하룻밤을 극 중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버지 현순 목사가 건국공로자로 추서되고 국립묘지 안장행사를 치르기 위해 해방 이후 30년 만에 한국을 찾게 된 70살의 피터 현이 유신호텔 503호에 머문다. 방 안에는 1919년 3‧1운동 당시 조선, 1936년 대공황을 맞은 뉴욕, 1945년 9월 미군의 남한 진주, 1945년 해방 후 혼란기 남한,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이 휩쓸던 미국, 1953년 6.25 휴전 협정이 한창인 한국, 1975년 극단적 유신 독재정권 하의 서울까지 폭넓은 현대사가 어지럽게 뒤엉키며 공존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뉴욕 연극계에 뛰어든 희망찬 젊은 피터와, 굴곡진 현대사를 겪으며 신경쇠약과 우울증을 앓고 있는 늙은 피터가 도플갱어처럼 등장한다.

작품의 연출은 <벚꽃동산>, <햄릿아비>, <봄날> 등을 연출한 이성열(극단 백수광부 대표, 상임연출)이 맡았다.

2014년 <즐거운 복희> 이후 3년 만에 남산예술센터로 돌아온 이성열이 영상과 모션그래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1930년대 피터 현이 연출한 인형극 <황소 페르디난드(Ferdinand the Bull)>와 ‘동양인 연출자’라는 이유로 상영하지 못했던 아동극 <비버들의 봉기(Revolt of The Beavers)> 일부를 극중극 형태로 선보여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출연진은 연극 <레드>(2016)와 <만선>(2013)에서 한 인간의 집념을 극한으로 보여주며 높은 몰입도를 선사했던 배우 한명구를 비롯해 홍원기, 민병욱, 김동완, 김현중, 최원정 등이다.

한국 최초의 현대식 극장인 남산예술센터를 자세히 살펴보고 실제 무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극장투어, ‘어바웃스테이지’는 9월 23일 오후 12시부터 약 1시간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또한, 이음 출판사와 함께하는 ‘이음희곡선 시리즈’ 발간도 이어진다. <에어콘 없는 방> 희곡선은 공연 개막일에 맞춰 출간돼 극장 로비 및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14일 부터 판매한다.

<에어콘 없는 방>은 남산예술센터, 인터파크, 예스24공연, 옥션티켓, 대학로티켓닷컴, 클립서비스 예매사이트를 통해 예매 가능하다. 중학생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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