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핀테크 도전에 직면한 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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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핀테크 도전에 직면한 은행원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7.07.1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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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요즘 인터넷·모바일 뱅킹 거래 확산으로 은행들이 점포를 줄이고는 있지만 대규모 감원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업무의 핵심은 가계·기업대출인데 이부분까지 AI(인공지능)가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 (모 시중은행 관계자)

한국씨티은행의 대규모 점포 통폐합 논란이 은행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일부 직원들은 강 건너 불구경 쯤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외국계은행이라는 특수성 탓에 이런 논란이 불거졌을 뿐 ‘남의 일’이라는 안일한 반응이 적지 않다. 

우선, 씨티은행의 영업점 통폐합에 대해서는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 수가 줄어들고 있고 유지비용을 줄이고자 진행되는 것으로 최근 급변하고 있는 금융환경과 무관치 않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실제 영업점 축소 소식은 씨티은행뿐 아니라 여타 시중은행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다만, 씨티은행 전체 임직원의 30% 가량인 약 800여명의 부서 이동이 사실상의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얘기에 대해서는, 씨티은행 내부 문제로 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의 안착에 실패한 외국계은행이 결국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전평이다.

하지만 이처럼 안일하게 생각해도 괜찮은 것일까. 지난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금융·보험업 취업자 수는 계절조정 기준 76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만명이나 감소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15년 10월 2만7000명 감소한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거셌던 2009년 10월 76만6000명 이후 7년 7개월 만에 최저수준으로 추락했다. 더욱이 금융권 일자리 수는 올해 들어 3만1000개, 2013년 정점보다는 12만2000개나 사라졌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채용한 150여명 가운데 30% 정도인 50여명을 이공계와 IT전공자로 채용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공개채용 때 정보보호전문가 등 IT전문자격증 소지자나 국제재무위험관리사(FRM) 등의 전문자격증 인력을 별도로 뽑았다.

최근 핀테크 이슈에서 볼 수 있듯 금융권은 4차 산업혁명의 진원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년 전만 해도 영업점 방문 없이 인터넷/모바일로 예금 거래는 물론 적금 통장을 만들고 해지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더욱이 최근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24시간 365일 집에서 은행업무를 볼 수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AI의 경우 현재는 주로 자산관리 영역에서 시도되고 있지만 업무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 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일부 은행에서는 모바일 대출상품도 이미 출시됐다. 

영화 ‘히든 피겨스’는 1960년대 IBM 컴퓨터가 도입됐을 시점을 그리고 있다. 손으로 계산하고 검수하는 게 빠르고 익숙했던 당시 IBM컴퓨터 등장으로 해당 업무를 보던 흑인 직원들이 모두 길바닥에 나앉게 됐다. 하지만 직원 중 한명이었던 '도로시 본'은 홀로 공부하며 IBM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분석하면서 NASA에서 자신의 일을 지킬 수 있었다. 은행권이 핀테크를 주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도로시 본'이 필요한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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