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개발 시공사 교체는 결국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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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개발 시공사 교체는 결국 ‘치킨게임’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4.1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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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회부 이정윤 기자

[매일일보 이정윤 기자] 최근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에서 시공사 교체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이유는 간단한다. 시공사와 조합 간의 불협화음 때문이다.

기자는 며칠 전 취재 차 시공사가 해지된 한 재개발 조합을 찾았다. 이 사업장은 서울 강남에서도 알짜 분양사업지로 업계에서 주목받아 온 곳이다. 이 사업장 시공사로 선정 될 경우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성 좋은 일감을 확보 할뿐만 아니라 노른자위 지역을 차지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크기 때문이다.

조합 측은 시공사가 조합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대규모의 사업비 조달 문제에 대해 자꾸만 약속을 미룬다거나 마지못해 해주는 듯한 시공사의 뜨뜻미지근한 태도가 계속되자 결국 조합원들이 지쳐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공사 측도 할 말은 있다. 어찌 됐든 간에 조합이 원하는 바를 충분히 이행했음에도 시공권이 해지 돼 안타깝다고 하소연한다. 또 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최근 몇 년 간 이어진 부동산시장 호황을 빌미로 조합이 건설사를 상대로 이른바 ‘갑질’을 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시공사가 교체되면 일반분양가가 상승해 수요자들의 부담만 늘어나게 된다. 시공사를 다시 선정하는 과정에서 사업 지연은 불가피해지고 이로 인해 늘어난 사업비는 결국 일반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업비 증가는 조합, 건설사 모두에게 좋을 리 만무하다.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얻으려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다가 결국엔 등을 돌리는 꼴이다. 함께 가기로 했다면 약속을 성실히 이행해나가면서 그 과정에서 신뢰를 쌓아나가는 마음가짐이 조합과 건설사 양측 모두에게 필요한 듯 하다.

누구에게도 득이 안 되는 밀고 당기기는 결국 치킨 게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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