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허울만 남은 시멘트사의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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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허울만 남은 시멘트사의 ESG
  • 신승엽 기자
  • 승인 2023.03.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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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은 경제 전반적인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ESG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반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사회공헌과 지배구조 개선 등도 경영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만, 결국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분야는 환경이다. 기업과 사회의 공존을 위해선 환경 보호를 선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산업폐기물 소각업계와 시멘트업계의 사례는 허울만 남은 ESG 경영의 사례로 꼽힌다. 사건의 발단은 시멘트사의 폐기물 반입이다. 시멘트를 제조할 때 유연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산업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유연탄은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국제 정세에 따라 가격이 요동친다. 시멘트사는 폐기물 활용으로 변동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시멘트사는 그간 ESG와 폐기물 활용을 동일선상에 놓고, 환경과 사회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ESG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인다. 폐기물 가격체계를 무너트리고 있을 뿐 아니라 중소기업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한 소각업계와의 상생에도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사는 폐기물을 소각할 때 받는 비용이 평균가격의 30%대에 불과하다. 기존 시장에 형성된 금액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에서 소각로에 유입되는 폐기물 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을 불러왔다. 

소각업계는 유사 목적으로 폐기물을 태우기 때문에 법적 규제도 형평성에 맞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소각로의 질소산화물(NOx) 배출기준은 50ppm이다. 시멘트 소성로도 현재 법상으로는 80ppm의 기준이 적용되지만, 2007년 이전 설치된 소성로의 NOx 배출기준은 270ppm이다. 국내 시멘트 소성로는 모두 2007년 이전에 구축됐다. 규제의 형평성과 관련된 문제에 직면한 이유다.

소각로는 지역 공단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처리할 뿐 아니라 소각 이후 만들어낸 에너지를 공단에 공급한다. 지역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ESG 산업이라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환경부는 소극적인 대처로 소각로 생태계를 무너트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의 환경 부문 개선에 공감하고 있지만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귀를 닫고 있다. 현장에서는 시장논리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동일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환경부는 지켜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일 때부터 강조한 ESG 생태계 조성 의지에 소극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SG를 앞세웠지만, 기존 생태계의 붕괴를 야기한 시멘트업계의 행동은 사회가 원하는 ESG 트렌드를 역주행하고 있다. 허울만 남은 ESG경영에 진정성이 부여되길 바란다. 

담당업무 : 생활가전, 건자재, 폐기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좌우명 : 합리적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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