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인·정현우·안희연 등 젊은 시인들 활동 주목… 독자 취향 따라 시리즈 기획도 다양화
최근 4년간 시집 출간 종수 꾸준히 증가, 젊은 세대가 시 즐기는 트렌드 지속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매년 3월 21일은 언어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내면의 정화를 이뤄내는 시의 역할을 알리고 보호하기 위해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시의 날’이다.
또한 시집의 주 독자층이던 중장년층과 함께 젊은 세대가 시를 즐기는 트렌드도 지속됐다. 2022년 2030세대의 시집 구매 비중은 30%였으며 40대 30%, 50대 27%, 60대 이상 11.2%로 전 연령층에서 고루 시문학을 즐기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남녀 성비는 약 3:7로 여성 독자가 더 많았다.

'한국 시' 관심 젊은 시인들 활동 주목… 색다른 시리즈 기획도 눈길
근래 익숙하고 섬세한 언어로 위로와 공감, 깨달음을 전하는 한국 시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에는 전년 대비 판매량이 감소했다가 2021년 6.1%의 증가율로 반등했고, 이후 2022년에도 3.1%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솔직하고 독특한 매력으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국내 젊은 시인들의 활동이 눈에 띈다. 2022년 시집 베스트셀러 16위를 차지한 최지인 시인의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는 부조리한 세상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그려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최지인 시인은 지난해 예스24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또 정현우 시인의 <소멸하는 밤>은 죽음과 이별을 겪는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한 슬픈 찬가를 전한다. 신동엽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안희연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은 삶의 바닥을 바라보며 세상의 모든 슬픔을 헤아리는 깊고 간절한 시편들을 담았다.
독자들의 취향이 세분화되는 흐름에 따라, 시리즈 기획도 다양하고 세련되게 진화하고 있다. 시 전문 출판사인 아침달 출판사의 '아침달 시집' 시리즈는 등단 여부를 가리지 않고 개성 있게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주는 시집을 선보여 왔다.
2018년 9월 시리즈의 첫 권이 나온 후 2023년 2월까지 총 29종의 시집이 출간됐다. 여러 언어권의 현대 시인을 소개하는 '읻다시인선'은 시가 아름답게 읽힐 수 있도록 원어 시의 이미지와 호흡, 리듬과 분위기를 옮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인 여러 명의 작품을 하나의 시집으로 엮은 앤솔러지 시집도 눈길을 끈다.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은 9명의 시인이 점심시간에 써내려간 시집으로, 점심시간에 대한 각양각색의 시선이 돋보인다.
기성 시인 애정도 여전… 드라마 속 시집 노출되며 판매량 최대 47배 증가
한편 나태주·류시화 등 기성 시인들의 인기도 여전했다. 예스24가 집계한 2022년 시 분야 베스트셀러 리스트에서는 10위권 내 나태주 시인의 시집이 5권 오르며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했다. 그 외 류시화 시인의 <마음챙김의 시>, 윤동주 시인 서거 77주년 및 탄생 105주년을 기념하는 <윤동주 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 기존 베스트셀러가 변함없이 사랑받았다.
기성 시인들의 시집이 드라마 속 상황이나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도구로 활용되며 '역주행'하기도 했다. 2022년 시 분야 베스트셀러 1위이자 드라마 '남자친구'에 등장한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해당 회차 방영 시기인 2018년 12월에 전월 대비 약 14배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에 노출된 나태주 시인의 또 다른 저서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도 전월 대비 47배, 최근 '갯마을 차차차'에 나왔던 김행숙 시인의 <에코의 초상>은 전월 대비 약 33배 판매량이 증가했다.
해당 시기 구매자의 대부분은 드라마 주 시청층으로 여겨지는 3040세대 여성이었다. 공감하기 쉽고 간결한 언어로 깊은 감성을 담아낸 기성 시인들의 작품이 드라마로의 몰입을 극대화시켰고, 이것이 시집 구매까지 연결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 밖에 익숙한 기성 시인들의 시를 더욱 풍요롭게 즐길 수 있는 이색 도서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너의 초록으로, 다시>는 나태주 시인의 시 200여편에 9가지 에센셜 오일로 만든 '나태주 시인의 향'을 입힌 국내 최초 향기시집이다.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콘텐츠로 향기로운 '시 테라피'를 선사한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