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울 부동산 시장만 살린 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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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울 부동산 시장만 살린 규제 완화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3.03.2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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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국 건설사회부 기자.
나광국 건설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고금리 기조 속 거래절벽이 심화되자 정부가 작년 말부터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을 연이어 내놓았다. 다주택자 등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 규제지역 해제 등 전 정부에서 강화됐던 부동산 규제를 이전으로 되돌려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겠단 의도다. 실제로 집값 하락 흐름은 둔화되고 거래도 점차 늘고 있지만 결과론적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만 살렸다.

이달 17일 기준 서울에서 3개 단지, 393가구 공급에 2만2401명(1, 2순위 포함)이 몰려 평균 경쟁률 57대 1을 기록해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지역별 경쟁률은 경남(28.4대 1), 부산(12.1대 1), 광주(7.5대 1), 충북(5.8대 1), 인천(1.5대 1), 경기도(1.1대 1) 순이었다. 고금리에도 규제 완화 후 집 살 여력이 되면 수요가 여전히 지방보다 서울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계약을 시작했던 단지들도 완판 소식을 알리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초까지 계약을 진행했던 ‘장위자이 레디언트’, ‘강동 헤리티지 자이’, ‘리버센 SK View 롯데캐슬’ 모두 단기간에 완판됐다. 규제지역 해제로 세대원, 유주택자도 1순위 청약이 가능하게 됐고 추첨제 물량이 늘었으며 전매제한도 최대 10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게 되면서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미분양 물량에서도 서울과 지방의 온도 차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총 7만5359가구로 정부가 위험 수준으로 판단하는 6만2000가구 대비 1만3000여가구 정도 더 많다. 이 가운데 대구(1만3565가구)와 경북(9221가구)이 전체 미분양 물량 중 30% 정도를 차지한 반면 수도권 미분양 물량의 경우 1만2257가구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 규제 완화로 지방 미분양 사태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역과 보유 주택 수에 관계없이 국내 거주 성인이라면 누구나 무순위 청약이 가능해지면서 지방 주택 수요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지방 미분양 해소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청약 시장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서울 등 수도권 주요지역에만 수요가 집중될 것이란 얘기다.

결국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규제 완화책은 지금까지는 수요가 몰리는 서울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선 큰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몇 가지 정책으로 서울로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선 부동산 양극화 해소를 위한 더 섬세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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