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산업계, 유럽판 IRA ‘CRMA’ 복잡해진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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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산업계, 유럽판 IRA ‘CRMA’ 복잡해진 셈법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3.03.19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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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美에 이어 中 의존도 낮추기 본격화
K-배터리, 공급망 다변화‧폐배터리 사업 속도
현지 전기차 생산라인 확충 필요성 제기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유럽의회 본회의에 출석해 연설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산업계가 ‘유럽판 IRA’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의 내용과 향후 파장을 면밀히 따져보고 있다. CRMA는 지난해 급작스럽게 시행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달리 입법 과정에 1~2년이 소요될 전망으로, 대응 시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기업들은 자국 우선주의 기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손익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유럽의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CRMA 초안이 발표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사실상 미국과 유럽의 중국고립 작전에 끼인 한국이 공급망 다변화, 현지 투자 강화 등 돌파구 마련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CRMA 초안에서 2030년까지 제3국 전략적 원자재 의존도를 역내 전체 소비량의 65%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언급된 핵심 원자재는 희토류와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이다. EU의 희토류, 리튬 등 중국 의존도는 90% 이상이다. 핵심 원자재의 최소 10%는 역내 생산하고, 최소 40%까지는 역내 가공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더불어 최소 15%까지 재활용 비율을 높인다는 목표다.

이날 한국무역협회는 CRMA 초안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우리 기업의 EU 시장 진출과 협력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조빛나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장은 “핵심 원자재 재활용 기술 투자와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폐배터리 수거, 재활용, 소비가 유럽 역내에서 확대될 전망이므로 우리 기업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배터리업계는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올린다는 방침이다. 또 EU가 재활용을 강조함에 따라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육성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유럽은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이들 회사는 이미 IRA 대응을 위해 공급망 다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중국산 의존도를 짧은 시간 내 대폭 낮추기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업계도 CRMA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자국 벨류체인을 강화하는 법안 마련에 나서면서 현지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낼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내 1위이자 글로벌 3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유럽 내 판매하는 주력 전기차는 국내 수출 모델이다. 다만 최근 정부가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에 ‘미래차’를 포함하며 힘을 실어준 만큼, 현대차그룹이 당분간 유럽 직접 투자를 드러내놓고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철강업계의 경우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응해 전기로 확대는 물론 정부와 협력해 수출확대 활로를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CRMA 등이 업계에 미칠 위기와 기회 요인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해 조만간 기업 간담회를 개최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좌우명 :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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