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오롱의 아웃도어 ‘상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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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오롱의 아웃도어 ‘상전벽해’
  • 전수영 기자
  • 승인 2013.10.30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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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수영 산업부 팀장
[매일일보 전수영 기자]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은 온갖 색깔의 단풍을 보기 위해 야외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전국 각지의 산과 들에는 형형색색의 아웃도어 복장을 갖춰 입은 행락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행락객들이 입은 아웃도어 의류의 브랜드를 보면 노스페이스, K2, 네파, 라푸마, 밀레 등 최근 몇 년 사이 인기가 높아진 브랜드다. 아크테릭스, 캐나나구스, 쉐펠 등 전문가들이 애용하는 제품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전통의 국산 브랜드인 ‘코오롱’은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가을·겨울철 중고생들의 교복이라고 불리는 아웃도어 재킷 중에도 코오롱 브랜드는 없다.

아웃도어 브랜드가 국내에 정착되기 전인 1970년대부터 아웃도어 제품을 생산한 코오롱이지만 어느덧 최고의 자리를 다른 브랜드에 넘겨주고 선두주자를 따라가는 꼴이 돼 버렸다.

기능과 디자인 면에서 외산 브랜드와 큰 차이점이 없어 보이는데도 왜 코오롱 아웃도어 제품들이 보이지 않는 걸까.

코오롱그룹의 계열사 몇 곳이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여 있다. 대표적인 곳이 건설, 무역, IT유통 등을 맡고 있는 코오롱글로벌이다.

코오롱글로벌이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함께 양대 축이라 할 정도로 높다.

하지만 실적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기본적인 마케팅이나 영업을 펼치기도 녹록치 않은 상태다.

이렇다 보니 TV·인터넷 등 다양한 매스미디어를 통해 광고를 진행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지만 코오롱 아웃도어 제품 광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광고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뇌리 속에 새겨진 제품을 찾을 수밖에 없다.

기업의 어려움 때문에 광고·마케팅이 원활치 않게 되고 이 때문에 매출이 떨어져 광고·마케팅이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등골브레이커’라고 불리는 고가의 아웃도어 브랜드가 사회 문제로까지 지적되고 있는 시장상황이지만 코오롱에는 남의 일 얘기가 된 듯하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가서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던 적이 기억난다.

당시 입었던 재킷 왼쪽 가슴에는 상록수 두 그루가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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