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규제 벽 허물어야 시중은행 과점 깨진다
상태바
[기자수첩] 규제 벽 허물어야 시중은행 과점 깨진다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3.03.06 1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최근 정부에서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비은행권에 일부 은행 업무를 허용하고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독과점 폐해를 지적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경기침체 속에 서민들이 고통받는 가운데,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역대급 실적을 거뒀고, 이에 따른 고액 성과급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실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예금 점유율과 대출 점유율이 각각 77%, 70%에 달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시중은행이 금융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작년 한 해 벌어들인 이자수익만 40조 원인 상황에서 ‘땅집고 헤엄치기 식’ 영업이란 비판도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시중은행이 왜 독과점 행태에 빠졌나 정확한 진단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크게 제 1금융권에 속하는 시중은행과 2금융권인 저축은행, 제도권에서 인정하는 마지막 금융기관인 대부업체 등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3개 금융기관 모두 다른 법과 목적을 가지고 출범했다. 시중은행은 은행법을 따르고 있고, 저축은행은 상호저축은행법, 대부업체는 대부업법을 따른다.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금융기관의 역할도 분명히 정해져 있다.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주요 기업들에게 자금중개 역할을 하는 시중은행, 서민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저축은행,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대부업 등으로 제각각 역할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가 자금조달 수단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대출 등 재원을 마련하는 데 있어 예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 은행채 등으로 다양하다. 반면 저축은행의 경우 조달수단으로 예금 자산이 절대적이다. 예금을 유치할 수 없는 대부업체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에서 대출을 받아 다시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제한해 있다는 점도 2금융권의 자금중개 역할을 더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조달 부담이 적어 재원 마련에 여유가 있고,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시중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것도 당연하다. 현재 은행의 독과점 행태는 은행이 만든 게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 제도가 은행 중심으로 돼 있어서다.

이런 구조를 해소하려면 2금융권에도 다양한 조달수단 허용해 조달비용 부담을 낮추면 된다. 굳이 복잡하게 저축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느니 여러 법을 뜯어고쳐 금산분리를 허용하느니 하지 않아도 된다. 금융권별로 자금중개 대상이 다르다. 본질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시중은행만 늘려 금융회사의 양극화만 심화시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담당업무 : 보험·카드·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과 P2P 시장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읽을 만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