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월세화’ 끝나나… 차고 넘치던 전세 매물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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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의 월세화’ 끝나나… 차고 넘치던 전세 매물 줄었다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3.03.0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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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매물 석달만에 5만건 하회… 월세 상승·전세가격 하락 영향
1월 신규 계약 중 전세 58.4% 차지… 갈아타기 수요 늘어날 듯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석 달 만에 4만 건대로 떨어졌다. 사진은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전월세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석 달 만에 4만 건대로 떨어졌다. 사진은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전월세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송파구 잠실동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작년에 금리가 연이어 오르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높아졌고 거기에 연말에는 전세사기 이슈까지 터지면서 월세 선호가 매우 높았다”면서 “그런데 최근에 그렇게 떨어지던 전세 호가도 조금씩 오르는 추세고 물량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월세 가격이 높아졌고 전셋값 하락이 끝나간다는 심리까지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세 선호 현상으로 쌓였던 전세 매물이 석 달 만에 4만 건대로 떨어지면서 임대차 시장을 급변하게 만들었던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둔화되는 모양새다. 전셋값이 매매가의 절반 수준까지 낮아진 데다 이사철 임대 수요가 살아나면서 적체됐던 전세 매물이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신축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의 전세물량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 인천은 지난달 28일 기준 전세매물이 1만3386건으로 한 달 전 1만4734건 대비 9.2% 줄었다. 경기의 경우 같은 기간 6만4727건에서 5만9698건으로 7.8% 감소했다. 특히 서울은 4만9821건을 기록하며 작년 11월 8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매물이 4만 건대로 떨어졌다.

서울 전세 매물은 올 들어 가장 많았던 1월 12일 5만5882건과 비교하면 11%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 기간 3만 가구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시장에 전세 매물이 많은 수준이지만 한 달 사이 6000건 넘게 감소하며 큰 폭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그동안 전셋값이 많이 떨어진데다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월세에서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세 거래도 월세 선호 현상 이전 수준으로 회복 중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 결과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지난해 9월 1만313건, 10월 1만703건을 기록한 후 11월부터 12월까지 9000건대에 머물렀지만 이달 2일 기준 2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472건으로 거래 신고 기한(1개월 내)이 한 달 이상 남아있는 점을 감안하면 1만 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 수요 회복은 지난달 전월세 신규 계약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직전 달 대비 확대한 것으로 이어졌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설한 결과 올해 1월 체결된 전월세 신규 계약에서 전세의 비중은 58.4%(2만2033건)으로 집계됐다. 전세 신규 계약 비중은 작년 하반기부터 낮아지기 시작해 12월 52.6%(2만2806건)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수요가 늘어났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인근 B공인중개사는 “전용면적 59㎡가 지난달 5억6091만원에 신규 계약됐는데 이는 지난해 7월 같은 평형이 9억8398만원에 전세 계약된 것과 비교해 4억원이나 떨어진 가격이다”며 “반토막 거래가 이어지다 보니 문의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인근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용면적 84㎡가 지금은 8억대 매물이 나와 있는데 이는 최고가 15억원에서 7억원대로 떨어졌다 다시 오른 가격이다”며 “가격이 빠질 만큼 빠졌다고 판단하고 학군과 생활환경을 고려해 강남 등으로 옮기려는 수요가 이어지자 집 주인들이 내리던 전세 가격을 다시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시장에선 전세가격이 크게 내려가면서 이제는 ‘저점’이라는 인식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서울 지역 KB부동산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71.4로 지난해 8월 75.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66.0, 지난해 12월에는 53.8로 더 낮았다. 해당 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그만큼 상승 전망이 강하고 반대로 100 미만이면 하락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고금리와 전세사기 등으로 수요가 줄면서 전셋값 약세가 지속되는 만큼 수도권 아파트 시장 위주로 갱신권을 사용하지 않고 낮은 가격에 신축이나 학군, 직주근접 등이 용이한 지역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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