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월 어느 날 100퍼센트 당 대표를 만나는 것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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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3월 어느 날 100퍼센트 당 대표를 만나는 것에 대해
  • 문장원 기자
  • 승인 2023.03.0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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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문장원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막바지에 들어섰다. 일주일 후면 국민의힘은 지난해 이른바 '이준석 사태'로 촉발된 비상대책위 체제를 종식하고 윤석열 정부와 진짜로 합을 맞출 새 당 대표를 맞이하게 된다. 3월은 새 당 대표를 포함해 새로움을 받아들이기 좋은 시간이다. 3월이면 새 학기도 시작하고 봄을 알리는 꽃들도 개화를 시작한다. '계춘(季春)'이 음력 3월과 '늦봄'을 의미한다고 하지만 그냥 3월도 계춘이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봄이 간절하다.

이처럼 3월이 새로움에 완벽해서 그럴까. 3월에 선출하는 여당 대표도 완벽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완벽은 만들어지는 완벽이다. 자엽의 섭리대로, 순리대로, 그 자체로 오롯이 완벽한 3월과는 달리 대통령의 마음에 완벽하게 들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 완벽함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우리가 목도한 그대로다. 18년이나 된 규칙을 갑자기 바꾸고, 누구누구를 눌러 앉히고, 철 지난 색깔론을 들이밀면서 '윤심'의 완벽함에 다가가고 있다. 그리고 그 완벽함의 총체가 3월8일 뽑히는 당 대표다.

이 완벽함의 정체는 무얼까. 예를 들면 당내 '윤석열 핵심 관계자(윤핵관)'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든가, 그래서 용산을 향한 절대적인 충성심을 갖고 있다든가, 대통령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말했다고 믿는다든가, 잘은 모르겠지만 내년 총선의 공천에서 대통령의 의중이 많이 반영되도록 한다든가, 혹은 대통령과 같은 대학교 같은 학과를 나왔다든가 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이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갖춘 당 대표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게 국민의힘 당원의 마음일까. 최근 당원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 지표를 바탕으로 보면 100퍼센트 들어맞는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은 원하는대로 '3월의 어느 날에 100퍼센트의 당 대표'를 만날 수 있을까. 지금까지 흐름으로 볼 때는 중간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모든 시나리오는 완벽하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직접 전당대회에 참석한다는 대통령이 '100퍼센트'의 당 대표와 단상에서 손을 잡을 것 같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볼 때는 자꾸 불안한 느낌이 든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 총선이 걱정이라는 말이 당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정말 3월에 걸맞는 '100퍼센트'일까.

※ 제목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에서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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