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우’ 피한 동양생명, ‘호랑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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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우’ 피한 동양생명, ‘호랑이’는?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3.10.28 09: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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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최대주주가 동양이 아닌 사모투자펀드(PEF)인 보고펀드(57.6%)였기에 동양생명은 동양그룹의 침몰을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최초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동양생명은 동양이 아닌 보고펀드 휘하에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고, 이런 선 긋기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동양생명은 이달 초 이뤄진 사명 변경 및 계열분리 신청 이후인 지난 22일부터는 보유중인 동양 주식을 전량 매도하고 나섰다. 이제 동양생명과 동양그룹을 이어주는 ‘끈’은 동양증권이 보유한 동양생명 지분 3%와 현재현 회장이 보유한 동양생명 주식 1283주 뿐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동양생명의 상황을, 사모펀드의 금융사 인수의 긍정적 사례로 꼽기도 한다. 부실한 모기업 휘하에서 그룹의 ‘저금통’ 역할을 떠맡는 것 보다 전문경영인을 둔 사모펀드의 그늘에 있는 쪽이 자본건전성 확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양생명이 ‘여우’는 피했지만 여전히 ‘호랑이’ 입 속에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보고펀드의 대표이자 동양생명의 기타비상무이사인 변양호 대표는 과거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시절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으로 매각한 혐의로 구속됐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익히 알려져 있듯 이 론스타 사태는 우리 사회에 ‘사모펀드=먹튀자본’ 이라는 공식을 각인시킨 대형 사건이었다. 또 보고펀드의 공동대표인 박병무 변호사는 그간 외국계 투자자를 대변하는 업무를 다수 맡아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자본에 맞서는 토종 사모펀드인 만큼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주주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모펀드의 속성상 기업의 장기 성장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홍성준 투기자본 감시센터 사무처장은 “보고펀드를 조성한 자금 또한 과거 변 대표가 관료로서 관리했던 은행들로부터 출자를 받은 것이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는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동양생명이 사모펀드의 지배하에 있는 한 장기 성장성이 훼손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한 고비를 넘겨 성장해나가려는 동양생명이 여전히 큰 위험 속에 있다는 이 ‘근거 있는’ 우려가 그저 기우에 지나지 않는 것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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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2013-10-28 20:41:53
변양호의 론스타에 외환은행 매각당시 직책은 금융정책국장이었구요,
박병무 김앤장변호사는 과거 뉴브릿지캐피탈이란 투기자본을 대리하여 하나로텔레콤에서 그들의 먹튀를 조력한 전력이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