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M ‘이수만’과 후백제 ‘견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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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SM ‘이수만’과 후백제 ‘견훤’
  • 박효길 기자
  • 승인 2023.02.16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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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효길 기자] 최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를 보면 후백제를 세운 견훤이 떠오른다.

견훤은 본인이 건국한 후백제를 왕건과 손잡고 무너뜨렸다. 935년 음력 3월 적장자인 견신검이 일으킨 정변으로 견훤은 왕위에서 축출됐고, 대리 집정을 하던 신검이 왕위에 올랐다. 권력을 잃어버린 견훤은 과거에 숙적이었던 고려 태조에게 귀순했고, 10만이 넘는 고려군의 선봉으로 후백제를 총공격했다. 그렇게 이듬해 음력 9월에 후백제가 멸망했다.

최근 SM엔터의 사정을 보면 비슷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SM엔터는 지난해 12월 최대주주인 이 총괄 프로듀서가 소유한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올 2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수만 총괄프로듀서 체제에서 벗어나 여러 개의 제작센터와 레이블을 이끄는 ‘멀티 프로듀싱’ 체계를 담은 ‘SM 3.0 IP(지식재산) 전략’을 공개했다. 이 전 총괄 프로듀서는 본인 지분 14.8%를 하이브에 넘겼다. SM엔터 1대 주주가 된 하이브는 SM엔터 인수전에 나섰다.

물론 차이는 있다. 견훤이 장남에 의해 축출된 반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SM엔터 이사회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2010년 SM엔터 사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뒤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을 통해 SM엔터와 프로듀싱 계약을 맺고 매년 수백억원의 인세를 받아왔다. 2000년부터 22년간 SM엔터에서 라이크기획으로 흘러간 돈을 합산해보면 총 1486억원이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에 따르면 이 전 총괄 프로듀서는 SM엔터와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은 지난해 말 조기 종료됐다. 하지만 2015년에 체결되고 연장돼 온 라이크기획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 별지 2 ‘계약 종료 후 정산에 관한 약정’에 따르면 그는 기존 발매한 음반 음원 수익에 대해 2092년까지 로열티 6%를 받는다.

하이브가 SM엔터 인수에 성공한 듯 보이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7일 SM엔터의 지분 9.05%를 확보하면서 SM엔터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SM엔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하이브는 공개매수 가격 12만원을 제시해 최대 40%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주총에서 하이브의 계획대로 순탄하게 진행된다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자신이 세운 SM엔터라는 왕국을 하이브에게 넘겨주는 셈이 된다. 하이브는 국내 엔터업계 1위를 공고히 다지면서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했듯 엔터업계를 평정하게 된다. 이수만은 견훤이 되고 싶었을까. 아니 그의 욕심이 본인을 견훤으로 보이게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

담당업무 : 게임, 인터넷, IT서비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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