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 대신 내줄게” 역월세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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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이자 대신 내줄게” 역월세까지 등장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3.02.1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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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차액 반환 어려운 집주인 "매달 이자 내주겠다" 제안 등장
전세시장 약세에 당분간 늘어날 전망 따라 역월세 제안 이어질 듯
서울 송파구 한 대형아파트 상가 내 부동산 업소에 전세와 매매가가 게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한 대형아파트 상가 내 부동산 업소에 전세와 매매가가 게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 임대차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역전세난이 가속화되면서 역월세를 주거나 보증금 일부를 반화한 뒤에야 임차인과 갱신계약을 체결하는 임대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한 집주인이 전세금 하락분만큼 세입자에 돈을 내주는 역월세 현상은 전세시장의 위축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연도별 전월세 거래에서 전국 아파트 월세 비중은 △2020년 35.8% △2021년 38% △2022년 43.5%로 상승했다. 2018년부터 최근 5년간 평균 36.1%에 비해 월세가 늘어난 셈이다. 서울 전월세시장의 아파트 월세 비중도 증가 추세다. △2020년 31.9% △40.4% △2022년 44.5%로 상승했다. 최근 5년간 평균은 33.1% 보다 대폭 늘었다.

임대차시장에서 월세를 찾는 임차인들이 늘면서 아파트 전세 매물은 쌓이고 있다. 전세 매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5만2914건이다. 1년 전인 지난해 2월1일 전세 매물이 3만529건인 것과 비교하면 2만건이 많다. 약 6개월 전인 지난해 8월1일 3만1414건으로 3만건대였지만 9월 말 4만건대 이후 11월 5만건을 넘었다.

이러한 전세 매물 급증은 금리인상에 따른 전세대출 부담, 전셋값 하락 등으로 전세수요가 급감하면서 역전세난이 벌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전세사기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임차인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하락한 전세보증금 차액을 돌려줄 여력이 없는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대출 이자를 대신 내주는 역월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입자를 붙잡기 위해 집주인은 역월세를 제안한다. 재계약이 끝나면 세입자는 원래의 보증금을 받고 나가야 하는 만큼 계약서를 다시 작성할 때 종전의 전세보증금은 유지한다. 대신 지역 시세를 반영해서 매달 일정 금액을 집주인이 세입자한테 지급한다는 특약을 넣는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단지 전용면적 84㎡ 전세가격은 작년 6월만 해도 12억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지만 최근 호가는 7억원대까지 빠졌다”며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집주인 중 일부는 돌려주지 못한 보증금에 대해 전세자금대출 금리만큼의 이자를 세입자게에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계속된 금리 인상이 가장 큰 영향으로 이 일대 자금 마련에 어려룸을 겪는 집주인들이 역월세를 제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집주인의 역월세 제안이 이어지겠지만 세입자 입장에선 유리한지 고민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 대출이자보다 월세 이율이 낮아져 전세 수요가 줄어든 반면 거래절벽 상황에서 임대차계약으로 입주 잔금을 해결하려는 물량은 증가한 결과로 보인다”며 “다만 집주인이 제안하는 역월세가 세입자에게 유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히 사회초년생의 경우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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