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인력난 '시간문제'… 벤처사 일 할 사람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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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인력난 '시간문제'… 벤처사 일 할 사람 없어진다
  • 이용 기자
  • 승인 2023.02.0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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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생산 연구 시설 확충… 대규모 인력 필요
한국바이오협회 "5년 간 최소 수천 명 인력 필요할 것"
바이오 벤처 인재, 대기업으로 유출 심화 우려
지난해 개최된 제약바이오 채용박람회 당시 대기업 부스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벤처사 부스는 비교적 한산했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매일일보 이용 기자] 바이오 분야 인재들이 대기업으로 몰리면서 중소 바이오 벤처사의 인력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 중 4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고,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총 36만리터 항체 의약품 생산시설을 국내에 갖출 계획이다.

대기업들이 바이오 사업을 크게 확장함에 따라 대규모 인력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게자는 “각 기업별로 진행 중인 상황에 따라 필요 인력의 수는 차이가 있을 것이나 향후 5년간 최소 수천 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삼바, 롯데 모두 생산시설 확충 계획을 먼저 밝혔지만, 단순히 생산 인력 수요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들이 추진하는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은 제약 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초석으로, 향후 기술을 축적해 연구개발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바이오 분야 강화를 위해 글로벌 R&PD 센터를 신축하는 등 R&D 및 생산 인프라를 확장한다고 밝힌 상태다. 롯데바이오도 메가 플랜트 조성과 함께 신규 치료제 발굴 기여에도 힘쓰겠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바이오 벤처업계는 연구개발 관련 인재가 부족해질 것이라며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기술 인재가 항상 부족한데, 중소기업에서 성장한 인재가 대기업으로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 규모가 부족한 벤처 특성상 연구원은 물론 영업직 인재까지 대기업으로 흡수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보통 제약사는 연구개발 인재를 모집할 때 약학, 한약학, 화학, 생화학, 생물 계열 등 관련 분야의 석·박사 학위자를 우대한다. 그러나 의학·약학은 대부분 의사와 약사로 취업하고, 화학 전공자의 경우 경·중공업 등 타 분야와 모집 조건이 겹친다. 치열한 인력 시장에서 기업이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연봉과 복지인데, 벤처사는 대기업에 비해 그 수준이 밀리는 편이다.

항암신약 바이오 벤처 B사 관계자는 “최근 연구원들이 대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았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며 “벤처 입장에서는 대기업보다 높은 연봉을 약속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해당 직원에게 동종 업계 취업 금지 조항을 들이밀 수 밖에 없는 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술 유출을 근거로 소송전에 돌입해도, 결국 해당 직원의 이직은 사실화되는 만큼 실질적인 대책은 아니다.

업계는 이 사태가 대기업의 소극적인 인재 양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중기에서 성장한 인재를 빼가지 말고, 대기업에서 직접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자동차 제조사 포드 관계자는 “미국의 대기업들은 인재를 필요한 인원보다 더 많이 뽑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채용도 가리지 않는다. 이곳에서 일을 배운 직원들은 그 경력을 발판으로 중기에 들어가 업계 평준 기술력을 높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 지식과 기술을 어떻게 교육하고 양성해야 할지는 기업과 정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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