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불편한 테슬라식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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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불편한 테슬라식 자유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3.02.0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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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현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 '시가 전기차'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붙는 조롱 섞인 수식어다. 이는 테슬라가 자초했다. 테슬라는 글로벌 수요와 원가, 국가 정책에 따라 시시각각 가격을 큰 폭으로 떨어뜨리고 또 올리고 있다.

실제 테슬라는 지난해 니켈 등 원자잿값 폭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연거푸 단행하더니 올 초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전기차 가격을 최대 20% 인하했다. 국내 판매 모델 가격도 최대 14% 수준으로 내렸다. 이후 미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일부 개정하자 1500달러(약 189만원) 안팎으로 가격을 다시 올렸다.

대폭의 가격 인하 전 테슬라를 구매한 소비자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자동차란 재화는 소비자가 액세서리처럼 편하게 달고 다니는 사치품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생계와 직결된 생활 필수품이자, 부동산 다음으로 '큰 마음 먹고' 구매하는 대표적인 재산이다.

소비자들이 차량 구매를 결정할 때 잔존가치를 고려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차량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타지 않는다면 되팔 때 값어치가 클수록 구매 매력도가 상승하는 식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흰색과 검은색 등 기본 색상에 높은 선호를 보이는 것도 중고차 시장에서의 인기를 감안한 결과다.

테슬라의 가격 정책은 이러한 소비자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처사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시가 정책'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다. 자동차 시장에는 기본적인 '룰(rule)'이 있다. 가격을 한 번 올리면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 기존 완성차들은 소비자 피해, 중고차와의 연계성, 브랜드 신뢰도, 향후 가격 정책 등을 모두 고려해 소폭의 가격 인상도 조심스레 진행하는 편이다.

지난해 테슬라가 견인한 꼴이었던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이 극에 달했을 때 차업계의 수익 강화 전망과 별개로 전문가들 사이에선 가격 부담에 따른 자동차 수요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수요 위축은 차 업계에 치명타다. 단기적으로 평균 판매 가격이 높으면 완성차 실적이 좋아지겠지만, 카플레이션 지속 시 가격 부담에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늘어나게 된다. 차 시장에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동시에 전체 파이는 쪼그라들게 된다. 수요 증대를 위해 차 가격을 갑자기 내리기도 쉽지 않다. 제조사 스스로 발목 잡는 상황을 경계하는 것이다.

그러나 테슬라는 이러한 부분에서 심히 자유롭다. 기존의 '룰'을 깨는 모든 것을 '파격'과 '혁신'이라 칭할 수 없다. 테슬라식 자유는 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주는 불편하고 오만한 자유다.

이달 초 한 수입차 소비자 40여명이 할인 판매 전 차를 구매해 1000만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며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본사 차원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차액 보상을 요구했다. 전 세계 소비자 불만이 누적돼 시위 대상이 테슬라가 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어 보인다.


좌우명 :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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