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저출산으로 산업 불균형 ‘악순환’… 政·企 공동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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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저출산으로 산업 불균형 ‘악순환’… 政·企 공동대응 필요
  • 이용 기자
  • 승인 2023.02.0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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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완구·악기 등 제조업 몰락에 일조
의료계,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 심화
政·企 '1인 가구' 지원, 저출산 가속화… 출산 중심 대책 마련해야
저출산 여파는 국내 제조업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픽=매일일보

[매일일보 이용 기자] 저출산 심화로 ‘저무는 산업’과 ‘각광 받는 산업’이 더욱 뚜렷해져 산업계의 불균형이 가속화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완구, 소아과 병원, 교육업 등 어린이용 산업은 죽어가는 반면, 고령화로 인해 헬스케어, 1인 가구, 키덜트(동심을 찾는 성인) 산업은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부터 가속화된 저출산 여파는 국내 제조업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저출산과 고임금 문제로 국제 완구 제조사들이 경영난을 겪는 사이, 중국 등 해외 완구업체가 국내 시장을 차지했다.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은 지난해 2021년 완구 수출실적은 8648만3000달러라고 밝혔다. 반면 수입은 9억2318만2000달러다. 수입이 무려 10배가 넘는다. 또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완구업체 수는 2005년 461곳에서 2019년 80곳으로 줄었다. 6개 중 1개 업체만 살아있는 셈이다.

어린 시절 필수 교양 활동이었던 악기 업계도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삼익악기는 출산률 저하가 본격화된 2000년대부터 생산 시설을 해외로 이전했다. 완구와 악기 산업은 금속, 천, 목재, 플라스틱 등 제조업의 핵심역량이 모여 이뤄진다. 생산 과정을 모두 해외에 빼앗긴 만큼, 국가 경제에 지속적인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콘텐츠 기업 대원미디어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완구 산업은 본래 어린이 중심이었지만, 이제 어린이가 줄어들어 대대적인 사업 변화를 거쳤다”며 “직접 완구를 생산하는 시설을 갖고 있는 국내 업체는 크게 줄었으며, 해외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소아청소년과가 대표적인 기피 전공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에는 가천대길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중단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의 전국 지원율은 16.6%를 기록했다. 세브란스병원의 겨우, 소청과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

소아과병원을 폐업하고 이비인후과를 개원한 C의사는 “출산률이 잠깐 오르기도 했던 지난 1990년대만 해도 소아과는 인기 전공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신생아가 줄어들어 이제 소아과에 올 환자도, 보호자도 없는 만큼 미래가 없어진 셈”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반면 고령화 시대와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해 건강관리가 주요 이슈가 된 현재, 헬스케어 산업이 각광 받는 중이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대 기업(매출액 기준)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를 조사한 결과,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원가 상승에 제조업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유일하게 의약품 분야만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각 기업과 지자체는 저출산 시대를 대비해 ‘1인 가구’, ‘고령화’, ‘키덜트’ 산업에 초점을 맞췄다. 대원미디어 관계자는 “완구 등 콘텐츠 업계는 최근 이제 ‘어른’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사업 방향을 크게 선회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울산시 등은 1인 청년가구의 월세를 지원하는 정책을 올해 시행할 방침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치매, 고혈압 등 성인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치료제 확보에 나선 상태다.

다만 이러한 기조가 이어지면 실질적인 저출산 해소 대책은 정체되고, 결국 미래에는 세금을 낼 사람도, 소비자도 줄어들게 되므로 경제 붕괴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와 기업이 1인 가족 보다는 결혼가정, 탄생아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저출산의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드는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 부담이 주요 원인”이라며 “복지부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적극 노력해 저출산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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