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할’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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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할’ 국감
  • 이승구 기자
  • 승인 2013.10.24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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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부 이승구 기자

[매일일보 이승구 기자]박근혜정부 들어 치르는 첫 국회 국정감사가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지 열흘째가 됐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8개월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박근혜정부였기에, 그리고 올 한해 대부분의 시간을 국회 안에서 정쟁으로 보냈던 여야이기에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국감에서 할 말도 많고 보여줄 것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국감은 의원들의 ‘의욕만 앞섰던 국감’,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한’ 국감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번 국감은 시작부터 뭔가 불안했다. 20일의 짧은 기간에 그것도 휴일을 제외하면 15일 남짓의 기간 동안 600여개의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16개 상임위원회의 300여 명 국회의원들이 감사를 하겠다고 했으니 아마도 감사를 받는 쪽도, 하는 쪽도 “이건 엄청난 무리수가 아닐까”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뭔가 큰 의욕을 가지고 저렇게 하니까 올해 국감은 좀 다르겠지’하며 기대를 갖고 국감을 쭉 지켜봤으나 국감 10일 째가 된 오늘까지 기억에 남는 건 매일 아침 이메일을 확인할 때마다 깜짝 놀라게 만드는 50통 이상의 보도자료 숫자들과 하루가 끝나고 난 뒤 그 이메일을 정리하면서 떠올린 국감의 모습은 그런 의원들의 의욕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는 것.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밤새도록 질의를 준비하고, 피감기관을 닦달해가며 자료를 수집하고, 국감장에서 어떤 식으로 정부의 잘못을 파헤쳐야지 생각하고 준비했건만 실제 국감에서는 증인 채택 문제로 여야가 오전 내내 싸우다 볼일 제대로 못보는 일이 허다했고, 다음날 새벽이 되도록 결국 그 자료대로 파헤치지도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게다가 지난 회기 때부터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에 되돌이표를 붙여놓은 듯 그 안에서 계속 반복되는 논쟁으로 사실상 15일 밖에 안 되는, 금쪽같은 시간을 허공으로 날려버리지 않았는가.

여기에 예전 국감 때에도 계속 말이 나왔던 의원들의 증인들에 대한, 상대 당 의원들에 대한 막말과 폭언 등 권위적인 태도는 올해도 계속 지적을 당하고 있으니 결국 국민들은 이번 국정감사로 인해 19대 국회의 2013년 모습은 여야가 답도 없는 싸움질만 하다 끝난 기억으로 남게 생겼다.

이렇게 되면 결국 올해도 승자들은 정부의 관료들이 될 것이고, 매번 뒤통수를 맞으면서도 올해는 좀 다르지 않을까 하고 국회의원들을 믿어준 국민들의 한숨은 늘어갈 것이다.

얼마 전 일을 마치고 퇴근하면서 국회를 나서는데 밤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의원회관의 불빛이 환했는데, 아마도 다음날 국감을 준비하느라 밤새 고생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내일 국감에 대한 기대감이나 ‘그들이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하는 자부심보다는 ‘에휴, 저렇게 열심히 해도 내일 국감에서 뭔가 제대로 하긴 하려나?’하는 안타까움과 착찹함이 먼저 드는 건 본 기자의 마음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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