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글로벌 불황에 규제 족쇄는 덤… 내수 한파만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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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글로벌 불황에 규제 족쇄는 덤… 내수 한파만 길어진다
  • 이용 기자
  • 승인 2023.01.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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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기업 국내 복귀… 낡은 규제로 경영난 가중
중처법, 대형마트 영업규제… 기업 성장 저해, 내수 침체 악순환
미국, 유럽 자국 산업 보호 정책… 한국 떠나는 기업 늘어날 것
설 연휴 동안 북적여야 할 전통 시장이 손님이 없어 한산하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 전통시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용 기자] 글로벌 악재와 물가 상승으로 내수 시장이 활기를 잃은 가운데, 시대착오적 규제로 기업의 경영난까지 가중돼 국내 경기 침체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탈(脫)중국 여파로 국내 기업들이 국내로 속속 복귀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적인 경영 트렌드와 새로운 소비문화에 맞춰 내수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지만, 낡은 규제 장벽에 막혀 국내에 안주하기 힘든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국내 복귀를 확인받은 기업은 24곳이라고 밝혔다. 그중 중국에서 15개사, 베트남에서 4개가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발 복귀 기업이 많았던 주요 원인은 중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유통업계는 지난해 중국 봉쇄를 비롯한 글로벌 이슈로 지나친 해외 의존 사업은 큰 충격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국내에 돌아온 유통기업들은 자체적인 물류망, 원부자재 수급망, 인적자원 관리 등을 강화하며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롯데와 신세계 등은 중국 이외의 해외 진출 및 국내 고객 유치 전략을 새로 수립해 수익을 다각화할 방침이다.

다만 해소되지 못한 유통 규제와 노동법은 여전히 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규제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2023년 정부 규제혁신정책 추진방향’을 조사한 결과, 규제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갈등규제(26.0%)를 꼽았다. 특히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와 같은 제도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통산업발전법에 의하면 2012년부터 대형마트는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또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는 문을 열 수 없다. 업계는 기업의 영업활동 제한이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본래 취지인 ‘전통시장 살리기’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상공의가 지난해 6월 밝힌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7.8%가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정부는 대형마트 새벽시간·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금지 규제를 푸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일명 '중대재해처벌법‘은 불명확한 법 조항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법 적용 대상 사업장의 사망자는 256명(230건)으로, 법 시행 전인 2021년 248명(234건)보다 오히려 8명 늘었다. 재해 예방에 대한 실효성은 부족한데, 경영인에 대한 처벌만 가중된 셈이다.

특히 국내 산업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기업계는 주52시간제, 외국인력 쿼터로 성장 동력이 소실되고 있다. 지난 2018년 52시간 근무제의 시행으로 주당 연장근로 가능시간은 최대 12시간으로 제한됐고, 2021년에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됐다. 다만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노사 간 서면합의에 따라 8시간의 추가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하되, 지난해 12월 31일까지의 일몰조항을 단서로 달아 영세 사업장들이 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중기업계가 기한 연장을 요청했지만, 정치권의 갈등으로 일몰되고 말았다. 올해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상시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노사 간 서면합의에 따라 주 8시간 범위 내에서 추가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일몰기한을 따로 두지 않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내수 시장 침체로 이어지고, 국내 수압을 기반으로 수출을 강화하려던 기업의 발을 묶게 된다. 이 경우 기업 고용에도 악영향이 미쳐 실업자와 구직자가 발생해 불경기가 지속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이 와중에 미국·유럽 등이 외국 기업의 현지화를 유도하면서, 향후 국내를 떠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동, 일부 품목의 현지 생산을 강조하며 해외 기업 생산시설의 자국 내 설립을 노골적으로 주문했다. 프랑스와 스페인 또한 미국의 방침에 맞서 지난 19일 유럽의 산업을 보호하고 기업의 해외 유출을 막는 ‘메이드 인 유럽’ 전략에 뜻을 모았다.

김성준 경북대학교 교수는 “정부의 규제혁신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규제혁신의 목표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라는 것과, 그 수혜자는 모든 국민이라는 것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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