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대학평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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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대학평가’인가
  • 이선율 기자
  • 승인 2013.10.2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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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덕성여대 부총학생회장이 일주일 넘게 교내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최근 학교 측이 필수 학점을 모두 이수한 ‘정규학기 초과자(통칭 졸업유예자)’에 대해 최소 1학점 이상 수강신청을 하고, 등록금을 내야 학생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등록만 하면 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던 덕성여대 측이 제도를 변경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교육역량 강화사업’에서 탈락한 이유가 졸업유예자의 증가로 인해 ‘재학생 대비 전임교원확보율’ 등의 지표가 약화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재학생 수가 실제에 비해 과다하게 잡히는 바람에 학교에 대한 대외적 평가가 하락했으니 즉각 졸업을 하든지 아니면 돈을 내라는 덕성여대 학교 측의 입장은 나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정부는 ‘대학의 경쟁력과 교육 성취도 강화’라는 목표로 재정지원제한 대학을 선정해왔는데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각종 대학평가가 오히려 취업률 높이기, 교원률 높이기 등 수치상의 지표를 올리는 데만 집중할 것을 강요하는 분위기로 변질된 것이다.
 
결국 이러한 교육환경 자체보다 ‘지표개선’이 우선시되는 분위기로 손해를 보는 쪽은 학생들이다. 덕성여대는 졸업유예자 등록금 전액을 학생들의 취업률 향상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쫒겨나는 기분’이 드는 학생들에게는 잘 와 닿지 않는 이야기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처럼 정부의 평가지표와 대학들의 경쟁체제 아래서 학생들만 더욱 힘겨워지는 꼴이 됐다.
 
단식농성 중인 덕성여대 부총학생회장은 “학우들이 우리 학교를 모교로서 따뜻함을 느끼고 자부심을 느꼈으면 한다. 하지만 이번 학칙변경으로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만큼 대학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조차 침해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학교가 졸업유예생들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학우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면 자연스럽게 수강신청을 하게 될 것이고, 여기에 학생들도 불만 없이 돈을 납부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겠다고 한다.
 
이 학생의 건강과 안위를 생각해서라도 덕성여대 측이 학생들을 위한 다른 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 정부도 각종 대학평가사업들이 큰 그림을 그리느라 놓치는 부분이 없는지 다시 점검하고 잘못이 있다면 미적거리지 말고 즉각 개선하는 열린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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