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식품부의 변질된 제도, 지속돼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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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농식품부의 변질된 제도, 지속돼야 할까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3.01.15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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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중기부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김민주 기자] 찌개, 조림, 영양간식으로 인기가 높은 두부는 코로나19에 따른 집밥족 증가 및 건강 트렌드의 확산으로 수요가 치솟고 있다.

하지만 정작 두부가공업체들은 생업의 존폐를 위협받고 있다. 시장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 때문이다. ‘수입콩 공매제도’는 밥상물가 안정 및 국산원재료 가격 폭락 방지 등의 목적으로 2019년 도입됐다. 하지만 현재 대두의 수급불안정, 가격 인상을 가중시킨 주범으로 변질했다.

공매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기 위해선 먼저 이 제도의 운영 방식을 들여다 봐야한다. 공매제도의 운영은 TRQ 물량 내에서 운영돼, 안정적 공급을 받을 수 있는 직배물량의 축소를 가져오고 있다. TRQ란 저율관세할당으로, 정부가 허용한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저율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를 매기는 제도다. 그간 정부는 국산 콩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수입콩 직접공급(직배) 물량을 줄여왔다.

현행 수입콩 공매는 수요자의 전년 실적을 기준으로 낙찰되는 구조다. 압도적으로 콩 사용 물량이 많은 대기업 산하 업체들이 물량 배정에서 우선순위가 되는 사실상 ‘최고가 경쟁입찰’이다.

국내 두부업체 중 90% 이상은 전 직원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다. 사실상 영세 소상공인 가공업체들응 거대 기업과의 경쟁에서 출사표도 내밀기 힘든 실정이다. 공매입찰 참여를 위한 사전준비, 투찰 등에 추가적 인력 낭비가 발생하며, 10%의 보증금 사전 납부로 기업 현금 유동성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관련 업자들은 생존의 위협 속, 공매 폐지를 목 놓아 외치고 있다.

해당 제도에 따른 불편함은 비단 업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타격은 소비자에게까지 미친다. 지난해 정부는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대두 3.3만t을 증량하고 공급가격을 연내 동결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최고가 입찰(예정가의 15% 상한) 방식인 공매로 증량분을 공급해, 결과적으로는 가격이 인상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정부 증량분 3.3만t을 실수요단체에 실적비율로 배정하지 않고, 공매로 증량했음에도 부족사태는 여전했다. 물량 여유가 있는 단체도 계속 공매에 참여하며, 실제 물량이 부족한 단체가 낙찰 받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aT는 11차 공매부터 미낙찰업체에 상한가로 추가 공급했고, 공매잔량은 소진됐다. 나비효과처럼, 예정됐던 공매 회차인 15, 16차가 사라짐에 따라 연말까지 공급계획을 세워놓았던 단체는 수급에 차질을 빚었다.

공정한 시장 경쟁과 원활한 원재료 수급, 가격 안정화를 꾀했던 도입 목적에서 한참 멀어진 모양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부터 공매 운영 물량을 기존 3만8000t에서 8000t으로 축소하는 방안으로 업계에 타협안을 제시했다. 사업확장 및 신규창업 등 비정기적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일정수준의 유지가 필요하단 이유에서다.

실수요자 단체는 전혀 수긍하지 못하는 눈치다. 한 두부가공업체 관계자는 “공매제가 도입되기 전엔 신생업체가 없었나. 농식품부가 제시한 공매제 유지 사유는 명분 달기에 급급해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콩가공업계와 농식품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은 지속해서 지지부진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단 한탄도 덧붙였다.

운영 물량 축소, 장관급 회담 개최 등 정부는 분명 현행 제도의 파열음을 일부라도 자각하고 인정하고 있다. 목적이 변질된 제도가 과연 지속돼야할지, 의문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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