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위기의 한국, ‘100년 기업’서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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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위기의 한국, ‘100년 기업’서 해법 찾아야
  • 이용 기자
  • 승인 2023.01.1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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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0년 기업 15곳 채 안돼…일본 3만, 미국·독일·스웨덴 1만 곳
상속세, 노동법 등 기업에 대한 과도한 징벌적 제도가 원인
해외사 저가 공세 대비해 국내 제조사 보호 필요
국내에 100년 이상 살아남은 기업은 15곳이 채 안되는 반면, 일본은 3만 곳, 미국·독일·스웨덴 등은 1만 곳이 넘는다. 사진=픽사베이, 매일일보

[매일일보 이용 기자] 코로나19 팬데믹과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시대를 거치면서 기업들은 '생존 경영'과 '지속 성장'을 핵심 가치로 내걸었다. 그중 ‘100년 기업’은 여러 악재에서도 오랜 기간 살아남았던 만큼, 산업계는 이들의 성공 노하우를 답습하기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다만 산업계에 만연한 문제가 해소돼야 더 많은 장수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전망이다.

12일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국내 100년 기업은 △강원여객자동차 △경방 △광장 △동아일보 △동화약품 △두산 △대륙지에스 △메리츠화재 △몽고식품 △성창기업지주 △신한은행 △우리은행 △조선일보 등이다. 실제 창립 이후 현재까지 100주년을 넘긴 곳은 14곳, 그 중 재무 현황 비교가 가능한 곳은 11곳 뿐이다. 반면 일본은 총 3만3000개, 스웨덴 1만 3997개, 독일은 1만73개의 100년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본격적인 산업화 시기가 타 국가에 비해 비교적 늦은 것을 감안해도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각국의 100년 기업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다. 독일에는 뿌리 기술을 기반으로 단일 사업에 집중한 중소 제조업체가 많았다. 프륌(1530년)은 단추 제조 전문 업체로, 포슁어(1568년)는 와인잔 제조로, 에드마이어(1596년)는 수제화 제조로, 프리드르(1664년)는 양조 산업으로 시작해 수백년 이상 존속해왔다. 일본의 100년 기업 중 중소기업 수는 무려 98% 이상이다. 1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건축전문회사 곤고구미(578년)도 직원 100명 정도의 중소기업이다.

그러나 국내 장수 기업 중 단일 산업에 집중한 중소기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업계는 그동안 정치권 일부가 기업의 성장을 ‘노동력을 갈취한 부의 축적’이라며 기업에 과도한 징벌적 제도를 적용하고, 일부 국민 또한 기업을 악의 축으로 본 결과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탄탄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던 강소기업마저 과도한 세금 문제로 무너졌다. 손톱깎이로 유명한 쓰리세븐과 1위 콘돔사 유니더스 등은 상속세로 인해 승계를 포기하고 회사를 매각했다.

항암제 개발기업 S사 관계자는 “세금 문제로 차라리 대기업에게 인수합병 되는 것을 원하는 벤처사도 있다”며 “대기업은 벤처를 흡수해 해당 분야 시장까지 독점할 수 있다. 국내 경제가 대기업에 좌지우지되는 기형적 형태가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중기중앙회는 기업의 업력이 높아질수록 자산, 매출, 고용, 연구개발비 등 전 분야에 걸쳐 경영성과가 높아진다고 밝혔다. 반대로 기업의 수명이 짧아지면 국내 경제가 타격을 입게 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기업의 99.9%는 중소기업이고, 전체 기업 종사자의 81.3%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이 존속할 수 없는 환경이 지속된다면 실업자가 증가해 경제 기반이 무너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일본과 독일 정부는 이 점을 고려해 중기의 상속 부담을 낮춰주는 법안을 마련하는 추세다.

기술력 하나로 먹고 사는 기업을 지켜줄 정책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그 대표적 사례가 1912년 창업된, 현존 국내 인쇄기업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했던 ‘보진재’의 폐업이다. 수십년간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등 해외에서 저가로 인쇄물을 들여오고 있는데, 보진재는 이들과의 출혈 경쟁으로 적자를 이어가다가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충무로 인쇄소 관계자는 “해외사의 저가 공세는 모든 산업계가 직면한 문제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외 업체가 산업 주도권을 쥐었을 때, 관련 국가와 문제가 생기면 국내 시장에 큰 타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경우, 중국와 인도에게 밀리는 바이오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해 지난해 바이오 의약품의 생산을 미국 내에서 우선 제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가업 상속을 ‘부의 대물림’으로 몰아 기업을 징계하려는 일부 정치권의 움직임과 그에 동조하는 국민 정서마저 기업 생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통 제약사 관계자는 “가업 승계에 대한 나쁜 인식과 뿌리 산업에 대한 홀대는 기업의 불확실성을 가속화 하고, 이는 투자 축소와 인력 유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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