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밭길’ 선택한 선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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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밭길’ 선택한 선생님들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3.10.2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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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14년 만에 ‘법외노조’화…연가투쟁 다시 추진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16~18일 전조합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총투표 투표용지. 전교조가 18일 개표한 결과 전체 투표인원(5만9천828명)의 67.9%가 '거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사진=전교조 제공>

[매일일보] 학생들에게 ‘친구를 왕따시키지 말라’고 가르쳐온 선생님들이 결국 ‘해직자 배제’라는 쉽고 편한 길 대신 ‘가시밭길’을 선택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약칭 전교조)은 고용노동부의 “해직자를 조합원에서 배제하지 않을 경우 노조 설립을 취소하겠다”는 경고 관련 대응책에 대해 지난 16∼18일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한 결과 ‘해직자 배제’를 하지 않기로 결론이 내려졌다고 20일 밝혔다.

현재 전교조 조합원 중 해직자는 22명으로, 이 중 고용부가 문제 삼는 사람은 노조 집행부 등에서 활동하는 9명뿐이지만, 총투표에 참가한 5만9828명(투표율 80.96%) 중 68.59%는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시정하라는 고용부 명령을 따를 수 없다”에 표를 던졌다.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총투표 결과를 수용하고 규약을 개정하지 않기로 최종방침을 정한 전교조는 마지막까지 법외노조화를 막기 위한 투쟁에 전력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의 법외노조화 통보를 피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아래 통보를 받는 즉시 집행정지가처분신청과 행정조치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등 실질적인 법적 대응에도 돌입하는 한편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 인권위원회 등 국제기구에도 우리 정부를 제소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난 18일 시행하려다 법외노조 통보 이후로 보류한 조합원 연가투쟁을 다시 추진하는 한편 투쟁기금 모금 운동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 등을 포함한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1999년 합법노조로서의 지위를 얻은 이후 14년 만에 법외노조로 다시 돌아가게 된 전교조는 앞으로 교육지자체의 교육사업 지원금 중단, 조합원 이탈 등 각종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교육부가 지원하는 전교조 노조본부와 16개 시·도 지부 사무실 임차보증금 52억원을 반납해야 하고 올해 5억원에 달했던 사무실 비품이나 행사 지원비 등도 더는 받을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매년 지원해온 교육활동사업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방침이다. 이미 서울교육청은 전교조 서울지부가 학생농구대회, 학생신문 발간 등을 위해 신청한 학생·청소년사업 관련 보조금 1500만원 지급을 보류했다.

교육청의 보조금 지급은 교육감 재량이어서 경기·전북 등 진보교육감이 이끄는 교육청에서는 지원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지만 교육부가 제동을 걸 경우 마찰이 예상된다.

인적자원 유출도 고민거리여서 교육부는 고용부에서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를 통보받게 되면 전교조 전임자 77명을 일선 학교로 복귀하도록 시·도교육청에 요청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징계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설상가상으로 총투표에서 ‘수용’ 의사를 밝힌 조합원들이 법외노조에 대한 부담감으로 탈퇴한다면 조직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당국과 진행 중이던 단체교섭도 모두 중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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