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여대 '졸업생 쫓아내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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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여대 '졸업생 쫓아내기' 논란
  • 이선율 기자
  • 승인 2013.10.2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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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유예제도’ 유료화에 학생들 반발...학교측 "대학평가 때문 불가피"

[매일일보] 대학 졸업자의 절반가량이 졸업과 동시에 백수신세로 전락하는 ‘청년실업’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그 여파의 하나로 일부 대학생들은 ‘졸업유예’를 선택한다.

필수 학점을 모두 이수한 뒤에도 논문이나 졸업시험, 졸업작품전 등 졸업 요건을 일부러 통과하지 않는 방식으로 졸업을 미루고 취업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학생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졸업유예제도’와 관련해 덕성여대 부총학생회장이 지난 14일부터 일주일이 넘게 교내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정규학기초과자(졸업유예자)들에 대해 ‘0원 등록생(별도의 수강신청 없이 재학생으로 남아있는 학생)’ 신분을 인정하던 학교 측이 최근 들어 ‘최소 1학점 이상 수강신청을 해야 하고, 등록금의 일부(58만원)을 내도록’ 제도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번 제도 변경에 따라 정규학기 초과자가 수강신청을 하는 경우, 1~3학점 신청자는 해당 학기 등록금의 1/6, 4~6학점 신청자는 등록금의 1/3, 7~9학점 신청자는 해당학기 등록금의 1/2해당액을 납부해야 한다.
 
▲덕성여대 석자은 부총학생회장이 지난 18일 '0원 졸업유예제도 신설'과 '수강신청 정상화'를 요구하며, 5일째 교내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사진=이선율 기자>
 
덕성여대 석자은 부총학생회장(23)은 “2학기 들어 갑자기 ‘현재 4학년들과 0원 등록생들의 경우, 1학점 강제수강을 시키겠다’는 내용으로 학칙이 변경됐다”며 “실제 학생들의 여력에 관계없이 1학점 강제수강을 요구하고 이를 수행하지 않을 시에는 제적하겠다는 강력한 사안을 들고 왔다”고 말했다.
 
덕성여대는 지난 9월 17일 ‘정규학기 초과자 수강신청 의무화’로 학칙 개정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최근 ‘0원등록생’의 급격한 증가로 학교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교무과 관계자는 “최근 0원등록생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각종 대학평가, 사업신청, 부실대학 선정 등에 활용되는 재학생 대비 전임교원확보율 등의 지표가 약화되어, 이를 시급히 개선하고자 학칙변경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여러 가지 대학평가를 하고 있고, 대학들마다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인데, 우리 대학의 경우 교원확보율이라든지, 교수대 학생비율, 학생간 장학금 비율, 학생간 기부금 비율 등에서 분모가 학생 수로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학생수에 정규 8학기를 마친 정규학기 초과자들(졸업을 안하고 남아있는 학생들)이 476명이고, 그 숫자는 앞으로도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고 설명한 그는 “우리학교는 총원이 5000~6000명 정도로, 작은 규모인데, 그중 476명의 학생수가 다 분모로 합산이 되다보니 아무리 교수를 많이 뽑아도 분모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다보니까 모든 지표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대학들을 평가해서 정원을 감축하던지 부실대학은 폐쇄하겠다는 정부방침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 학교들마다 비상상황”이라며 “학교로서는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 지표관리를 할 수 밖에 없고 많은 대학에서 정규학기 초과자들에 대해 소정의 등록금을 부과하고 있는 추세”라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학칙개정을 한 연유에 대해 “이번 제도를 내년 1학기부터 시행하려는 이유는 2015년에 반영되기 때문”이라며, “지금 1년 사이가 중요한 시기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학칙을 개정했고,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규학기 초과자들에게 등록금의 1/6을 받게 되면, 그 돈 전액은 학생들의 취업지원을 위해 쓸 예정”이라며 “맞춤형 취업역량강화 프로그램 제공 확대, 정규학기 및 계절학기에 취업관련 교과목을 개설 추진 중이며, 또한 3~4학년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각도로 지원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학교 측은 “다수의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졸업을 유예하여 재학생으로 남아있는 게 취업에 결코 유리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기시간 관리 소홀 및 책임성 결여 등의 이유로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졸업유예’에 매달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시각은 다르다. 덕성여대 4학년 재학중인 한 학생은 “졸업요건을 확인하러 갔다가 이제는 졸업유예 0원이 안된다는 소릴 듣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 정규학기초과자(졸업유예자)들에 대해 ‘0원 등록생(별도의 수강신청 없이 재학생으로 남아있는 학생)’ 신분을 인정하던 덕성여대는 최근 졸업유예급증과 학교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최소 1학점 이상 수강신청을 해야 하고, 등록금의 일부(58만원)을 내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이 학생은 “학교 측에서는 대학평가순위를 올려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 성신여대의 경우, 등록금을 낮춰서 평가순위에 올랐다고 들었다. 우리학교는 사실 돈 더 받아먹으려고 그러는 거 아닌가”라며 허탈해 했다.
 
다른 4학년 학생은 “(이번 학칙변경 소식에) 4학년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안좋다”며 “솔직히 걷은 돈을 100% 취업률 제고를 위해 쓴다고 해도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졸업유예를 하는 이유는 지금 당장 취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유예를 하는거지, 졸업유예금을 우리를 위해 쓴다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석자은 부총회장은 “1학점 강제수강이라는 학칙을 변경했을 때 실제 교원확보율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학교도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지표상승이라는 것은 대외적인 명분일 뿐, 돈을 벌려는 수단이라는 의심이 더 든다”고 꼬집었다.
 
석 부총회장은 “교원확보율은 전체 비율 중에 10%밖에 차지하지 않는 반면, 취업률은 15%인데 학생들을 마구잡이로 내쫒아서 이 학생들이 1년 내에 취업을 못하면 취업률은 떨어진다”며 "제대로 된 대책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해주는 취업프로그램도 0원등록생(졸업예생)들에게 도움이 안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취업프로그램에 신뢰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졸업유예생들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학우들에게 절실히 걸맞는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면 자연스럽게 수강신청을 하게 될 것이고, 여기에 학생들도 불만 없이 돈을 납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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