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고차 소비자에게도 봄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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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중고차 소비자에게도 봄이 오길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3.01.0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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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현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 새해 벽두부터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따른 소비자 기대감이 감지된다. ‘아는 것이 힘’이란 말이 있는데, 중고차 정보 접근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소비자는 그간 아는 것이 없어 늘 약자였다.

중고차는 금액 단위가 결코 작지 않은 내구소비재다. 그러면서 생계와 일상에 큰 영향을 주는 재화다. 대수 기준 시장 규모도 신차를 뛰어넘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소비자 권익을 위한 중고차 시장 개방이 장시간 미뤄졌다. 소상공인‧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거칠게 표현하면 중고차 시장은 소비자가 허위·미끼 매물을 마주했을 때 ‘운이 나빴다’고 체념할 정도로 낙후됐다. 지난 2021년 중고차 강매를 당했던 60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뉴스는 사회적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상황이 이럴진데,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보다 결집해 목소리를 내는 단체의 표심이 더 중요했던 걸까. 정권이 바뀐 지난해 4월에서야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 최종 권고안이 확정되면서 10년 가까이 닫혔던 빗장이 새해 풀리게 됐다.

중고차거래 온라인 플랫폼은 어떤가. 최근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를 보면, 중고차 앱 관련 소비자 피해 경험 부문에서 전체 응답자(1340명) 중 17%(228명)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피해 유형으론 성능·상태 점검 내용과 실제 차 상태가 달랐다는 응답과 허위·미끼 매물 정보가 각각 44%, 36%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거래 플랫폼을 자부하는 엔카닷컴은 5개 앱 중 종합 만족도 3.49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중고차 거래의 장(場)을 제공하고 그 안에서 딜러와 소비자가 ‘뛰어놀도록 하는’ 플랫폼은 딜러의 허위 광고매물에 대한 책임이 없을까? 플랫폼이 거래 신뢰 강화를 위한 노력이 없었다는 게 아니다. 일반 사기업이 광고 매물을 완벽히 관리하기에 한계가 있단 설명은 납득하기 어려울 뿐이다. 애초에 완벽에 가까웠던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수의 전문가는 완성차의 중고차 진출로 시장 개선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 전망했다. 완성차들의 브랜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중고차 품질보증이 확실할 것이란 기대다. 나아가 완성차가 중고차 시장의 ‘메기’로 나서 기존 업계의 경쟁력과 소비자 권익을 제고하는 선순환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 이날 중고차 대표 단체인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자동차매매공제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고차 매입부터 진단, 판매, 보증, 관리 등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보호를 도모한다는 설명이다.

기존 중고차업계와 새로 진입하는 대기업 간의 대결 구도는 진정 바라는 바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 권익 증진이다. 향후 시장 전체의 신뢰 향상으로 시장 규모가 커져 시장 플레이어들이 과실을 누리는 건 ‘덤’이다. 중고차는 투명성만 확보된다면 신차보다 장점이 많은 재화다. 우리나라 중고차 소비자들에게도 봄이 오길 바래본다.


좌우명 :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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