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년사의 ‘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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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년사의 ‘道’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3.01.0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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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상래 기자.
산업부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시간은 그저 흘렀을 뿐이다. 2000년에도, 2010년에도, 2020년에도 2022년에도 그리고 올해도 말이다. 작년과 올해로 구분 짓는 건 사람이 한 것이지, 우주에는 이러한 구획법이 없다.

‘시간’에 대해서도 사람은 여전히 잘 모른다. 과학계에선 이 시간을 명확히 정의 못한다고 한다. 물리학에서 속도와 가속도를 가지고 시간 T를 구하는 것은 그저 시간을 계산하는 것에 불과하지 근본적인 ‘시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잘 모르는 ‘시간’을 이렇게 꺼낸 것은 당장 새해라고 일컫기 때문이다. 2023년을 당분간은 우리는 새해라고 부를 것이고, 새해에 걸맞게 여러 다짐들, 계획들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들은 이 새해를 맞아 매년 ‘신년사’를 내놓는다. 매년 나온다고 중요하지 않고 의미 없는 건 아니다. 과거를 돌아보며 새로운 다짐을 통해 좀 더 나은 현재를 영위하고자 한다면 이 또한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말이다.

하지만 이 새해 때문에 야기하는 1년 단위의 목표와 결과가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단기적인 숫자적 결과에 함몰될 때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올해 매출액과 성장률의 목표 수치 아니면 매년 얼마나 성장할지만을 꽂히면 미래 성장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삼성의 반도체 신화도 당장의 성장률에만 집중했다면 오늘날 없었을 것이다. 1970년대 ‘TV도 제대로 못 만드는데 반도체가 가능하겠느냐’는 삼성의 경영진마저 회의적인 상황에서 당장의 매출과 성장률만 생각했다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 삼성은 없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1994년 전 세계는커녕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조차 4위하던 삼성이 지금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다. 애니콜 화형식으로 대표되는 ‘품질’ 경영의 길을 걸어온 결과다.

새해를 맞아 기업은 새로운 다짐으로 새롭지 않은 ‘근본’이 다시금 돌아보면 좋을 거 같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곤 하지만 기업 관련 편법과 부정은 여전히 남아 있다. 따져보면 조급한 숫자적·외형적 성장에 집착한 나머지 터져버린 부작용이 아닐까 여겨진다.

손자병법 첫 장 시계(始計)에서 손자는 전쟁에 대해 다섯 가지 원칙 중 ‘도(道)’를 가장 먼저 언급한다. 근본부터 따져보라는 얘기다. 그리고 두 번째 언급한 원칙이 ‘하늘(天)’이다. 동양철학에서 하늘은 보통 시간, 때를 의미한다.

손자병법의 메시지는 현존의 기업들에게도 적용된다. 기업마다 ‘근본’이 있다. 그 근본 ‘도’를 먼저 되짚어보고, 당장의 눈앞에 숫자적 성과만 볼 것이 아니라 때 ‘하늘’을 기다리는 것이다. 삼성의 반도체 성공담은 신화 속에만 존재하는 건 아닐 것이다.

새해는 글로벌 경영 환경이 좋지 않다. 묵묵히 걸어가는 기업의 ‘도’가 더 절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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