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도 저신용자 외면…늘어나는 대출난민 불법사금융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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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도 저신용자 외면…늘어나는 대출난민 불법사금융行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2.12.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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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年 20% 이하'는 손해...대출문 잠근 대부업계
저신용자들 제도권 밖 내몰려...업계 "최고금리 인상을"
연 20%로 제한된 법정 최고금리로 인해 대부업체마저 대출을 중단하면서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골목길에 불법 사금융 광고물이 떨어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연 20%로 제한된 법정 최고금리로 인해 대부업체마저 대출을 중단하면서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골목길에 불법 사금융 광고물이 떨어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고금리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연 20%'로 고정된 '법정 최고금리'가 서민 급전창구인 대부업체 대출 문턱을 높이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저소득·저신용자 등 금융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가 되레 이들을 제도권 밖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업계 2위 리드코프는 최근 신규 대출을 기존의 80% 수준으로 축소했다. 기준금리 급등으로 저축은행 등에서 빌려오는 조달금리가 뛰다 보니 중개 플랫폼 수수료와 대손 비용까지 감안하면 연 20% 이하 금리의 신규 대출은 팔수록 손해이기 때문이다.

제도권 금융의 최후의 보루인 대부 업체가 수익성을 이유로 잇따라 대출을 중단하면서 저신용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대부업 이용자는 급감하는 반면 불법 사금융 피해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부업 이용자는 2018년 211만 명에서 2021년 112만 명으로 3년 만에 반 토막이 난 데 반해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는 △2020년 7351건 △2021년 9238건 △2022년 1~8월 6785건으로 늘어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되레 저신용자들을 불법 사금융으로 몰아 넣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례 없는 ‘제로금리’ 시기에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묶어 놓는 바람에 대부업 대출조차 못 받고 배제된 사람이 40만 명, 금액은 2조 원으로 추산된다.

2002년 10월 대부업법이 제정된 이후 대부업계는 법으로 정해진 이자율 상한을 적용받아 왔다. 연 66%에서 출발한 최고금리는 2014년 연 34.9%까지 꾸준히 떨어졌고, 시행령 개정과 함께 2016년 27.9%, 2018년 24%를 거쳐 지난해 7월 20%까지 낮아졌다. 2020년 11월 당시 여당 원내대표는 당정회의에서 최고금리 인하 방침을 결정하면서 "저금리 상황에서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로 두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며 "합리적으로 낮춰 서민 이자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0.5%에 불과했다.

최고금리 인하 이후 역설적으로 서민들의 자금조달은 더 어려워졌다. 대출 공급 자체가 줄어든 탓이다. 금융위원회 등록 대부업체는 2019년 1355곳에서 지난해 말 940개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용자 수는 161만 명에서 96만 명으로 줄었다. 대출 잔액은 2019년 13조4,507억 원에서 지난해 10조9,866억 원으로 18.3%가량 쪼그라들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은 저소득층을 제도권 금융에서 더욱 빠르게 밀어내는 요인이다. 대부업체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돈을 빌려온 다음 이를 다시 소비자에게 빌려주는데, 조달금리 자체가 껑충 뛴 것이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손비용과 광고비와 인건비, 임대료 등 원가만 따져도 신용대출 금리는 20%를 넘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업체 입장에선 신규 대출 취급을 중단 혹은 축소할 수밖에 없고, 최고금리에 가까운 금리를 적용받는 취약계층부터 밀려난다는 설명이다.

시장 상황에 맞게 법정 최고금리를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 주장이다.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최고금리제’를 도입해 지금 같은 고금리 시대엔 상향해 주자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최근 여신금융협회가 발간한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도입의 필요성’ 보고서는 조달금리 상승분을 반영해 법정 최고금리를 20%에서 23.5%로 올렸다면 현재 시장에서 배제된 106만 명 차주 중 96.9%(102만 명)가 대출 시장에 참여할 수 있었을 것이란 시뮬레이션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윤종문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 팀장은 "일정 수준의 법정 최고금리가 고정돼 있다면 조달금리 상승만으로도 취약 차주의 시장 배제 현상은 심화될 수 있다"며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를 택한다면 고정형 법정 최고금리 하에서 시장에서 배제됐던 차주의 상당수가 대출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법정 최고금리와 근접한 수준의 대출을 받는 가계는 주로 소득 수준이 낮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 계층"이라며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함으로써 금리 인상기에도 취약 계층의 롤오버(만기 연장)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같은 주장에도 말을 아껴오던 금융당국도 '연동형 법정최고금리' 제도 도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소비자국 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에 연동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국회 동의가 필요하겠지만 대부업법에 규정된 최고금리(연 27.9%) 내에서 시장연동형을 우선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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