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나금융, 월드컵 달군 ‘뚝심’ 빛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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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하나금융, 월드컵 달군 ‘뚝심’ 빛나야
  • 김경렬 기자
  • 승인 2022.12.13 13: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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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축구단에 지난해만 150억원 투입
김경렬 매일일보 금융증권부 기자.
김경렬 매일일보 금융증권부 기자.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12월 3일. 집집마다 불이 꺼지지 않았다. 서울에는 첫눈이 내렸다. 눈이 잠깐 멎을 때쯤 대한민국 축구 16강 진출이 확정됐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30)은 잔디에서 무릎을 꿇고 울었다. 예선전에서 탈락한 우루과이의 간판스타 루이스 수아레즈(35)는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었다. 다른 의미의 눈물이었다. 카타르 잔디밭에서 펼쳐진 드라마에 세계 곳곳이 열광했다. 그간 기다렸던 뜨거움이었다. 16강 진출만으로 이미 충분하다고 했다. 주변사람들도 그랬다.

12월 13일. 4년 간 대표팀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은 한국을 떠났다. 앞서 벤투 감독은 월드컵 귀국 인터뷰를 통해 “최적의 컨디션에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대표팀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 축구는 선수들 휴식은 필요 없고 돈이나 스폰서가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벤투 감독은 한국과 연장 계약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 카타르 현지 안마사 숙소 등에 국내 지원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용을 손흥민 측에서 부담한 것으로 알려져 국민의 공분을 샀다.

한국 축구는 사단법인 대한축구협회가 지원하고 있다. 산하에는 한국프로축구연맹 등 4곳의 연맹단체가 속해있다. 총괄 수장은 정몽규 회장이 맡고 있다. 이사진에는 김병지스포츠문화진흥원 대표인 축구선수 김병지를 비롯해 2002년 월드컵 간판스타인 이영표, 이천수 등이 올라있다.

협회는 1933년 9월 19일 조선축구협회로 출범했다. 이후 1948년 대한축구협회로 명칭을 바꿨다. 설립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122억원 규모 토지와 건물을 출연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과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적금을 통해 각각 22억원, 14억원을 출자했다.

협회에는 매년 후원 행렬이 이어졌다. 협회 공식 후원사는 하나은행, 나이키, KT, 신세계, 이마트, 교보생명, 현대차, 쿠팡플레이, 아시아나항공, 코카콜라, 넥슨, 기네스 등 12곳이다. 지난해 협회에 납부된 기부금은 총 16억원이다.

이밖에도 협회는 보조금으로 292억원, 기타 사업으로 507억원을 벌었다. 합산한 총 사업수익은 816억원이다. 이중 사업비용(공익목적사업 296억원, 기타사업 461억원)으로는 757억원을 투입했다. 기부금이 쓰인 곳은 ‘축구지도자 육성(5억원)’ 뿐이었다. 이를 제외한 협회의 작년 순이익은 59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기부 명단에는 네오위즈가 지원한 적 있는 대한축구협회축구사랑나눔재단(4억3000만원)을 비롯해 ㈜신세계(2억원), ㈜SSG.com(1억8000만원), ㈜신세계프라퍼티(1억6000만원), 이마트‧이마트24(1억4000만원) 등이 올라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16강 진출이 확정되고 대표팀에 20억원을 기부키로 했다. ‘월드컵 16강 이상’은 협회가 올해 세운 목표였다.

반면 하나금융의 축구지원은 전폭적이었다. 하나금융은 1998년부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후원사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 12월에는 지주에서 100억원 현금을 출자해 하나금융축구단을 세웠다. 하나금융축구단 대표는 허정무가 맡았다. 하나금융은 지난해에만 150억원(하나금융지주 50억원, 하나은행 100억원)을 축구단에 기부했다. 기부금은 모두 축구활성화 자금(선수단, 유소년클럽 급여)으로 쓰였다.

하나금융은 주력계열사 하나은행을 통해 축구 협회도 지원했다. 하나은행은 협회의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 출자금으로 36억원 규모 단기금융상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축구단은 지난해 운영 자금 64억원을 마련했다. 보조금 수익(2억원), 광고후원수입(52억원), 입장권판매수입(1억원) 등이다. 순이익은 고작 11억원이었다. 순이익의 15배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 축구활성화 지원에 사용한 셈이다.

협회는 고민해야한다. 월드컵 귀국길에 출전 선수들과 국민들이 격분한 이유를 스스로 자문자답해야한다. 유사한 사례로 기아차는 테니스 황제 나달과 21년째 후원 계약을 맺고 있다. 나달은 승리 트로피를 들어올릴 때마다 인터뷰를 통해 기아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대한축구협회가 혼을 담은 한국 축구의 지지대가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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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이팅 2022-12-13 15:36:23
좋은 기사입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