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동토'에 씨앗 뿌린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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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동산 '동토'에 씨앗 뿌린다는 정부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2.12.0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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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 건설사회부 기자
이소현 건설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이소현 기자] 재건축 3대 대못을 모두 손봤다. 재건축 안전진단의 구조 안전성 비중을 30%로 낮추고, 정비업계 '통곡의 벽'으로 불렸던 조건부 판정 또한 기준·절차를 완화했다.

그간 30점 이하의 접수를 받아야 사업 추진이 가능하던 것을 45~55점으로 높였다.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에는 재건축을 못 한다'는 토로가 나오던 것을 고쳐 살기에 불편한 수준이라면 재건축을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다른 대못인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또한 지난 7월, 10월 정부가 차례로 손 봤다. 

모두 수년 만의 규제 완화다. 정부 당국자는 "제도가 시행되며 도시 주택공급 기반을 확충하고, 국민의 주거여건을 개선하는 데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정부와 무주택자 모두가 고대하는 '수요가 있는 곳에 적기 공급'이 이뤄질까. 건설업계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의 '둔촌주공'은 1순위  해당지역 청약 접수가 3.7대 1로 마감됐고, 일부 평형은 2순위 청약이 예고됐다. 장위자이레디언트 또한 평균 경쟁률이 3.1대 1에 그친 가운데 일부 평형은 미달됐다. 두 자릿수 경쟁률에 무난한 1순위 마감을 기대하던 시장의 '무지갯빛 전망'은 빗나갔다. 이번 청약 결과에 거래와 청약을 보류하는 이들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  한파에 호재는 더 이상 호재가 아니게 됐다. 재정비 사업 추진 기대감에 강남에서는 급매가 소진됐음에도 낮아진 호가는 요지부동이다. 여의도의 저가 거래 또한 중개소장에 따르면 증여가 아닌 정상 거래다. 법인 운영에 비상이 걸린 집주인이 집을 팔아버렸다는 것이다. 현장의 중개업자들은 올해보다 내년을 걱정하고 있다. 아직 완전한 겨울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예상보다 깊어지는 한파에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신규 사업은커녕 기존에 추진되던 사업도 포기하거나 미뤄야 할 판"이라고 우려를 표하는 중이다. 정부의 주택공급 또한 예측 불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 또한 이를 인지하고 있다는 뜻에서 "아무리 뿌려도 겨울에는 발아가 안 된다"면서 "그런 때일수록 공급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집권 초기부터 민간 재정비사업 활성화를 내세웠던 정부가 겨울땅에 씨를 뿌리는 농부에 자신을 빗대어 표현할 만큼 시장이 경직됐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정부가 정말로 시장에 추진력 있는 시그널을 주고 있는지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분양가상한제는 미세 조정에 그쳤고, 이번 안전진단 규제 완화도 미루고 미룬 끝에 발표됐다. 1기 신도시 마스터 플랜 수립은 정권 말기로 밀려났다. 서울을 비롯한 경기 4개 지역의 규제지역 또한 유지했다. 시장 정상화를 외친 것과 비교해 소극적인 행보다. 부동산 시장에는 경착륙 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모든 응급 상황에는 '골든타임'이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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