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케팅 덫에 걸린 금융권
상태바
[기자수첩] 마케팅 덫에 걸린 금융권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2.12.05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얼마 전 토스는 22만여 명이 이용하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 ‘토스프라임’의 혜택 축소를 예고했다. 이 서비스는 지난 2019년 3월 출시해 매달 5900원의 요금을 내며 사용 중인 유료 멤버십이다. 주요 혜택은 토스 가맹점인 배달의민족과 컬리, 알라딘 등 1000여 곳에서 토스페이 결제 시 현금으로 상환 가능한 토스 포인트를 적립해 주고, 토스증권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도 면제해준다.

그러나 이번 개편을 거치며 이런 혜택을 받기 위한 일종의 자기 부담금이 높아졌다. 결제 시 토스 포인트 적립률이 낮아졌고, 전면 무료였던 주식 거래도 일정 거래금액 이상은 일부 수수료가 부과된다. 기존 토스프라임의 혜택은 토스페이 가맹점에서 결제한 20만원 이하 금액의 6%를 최대 월 1만2000원까지 토스 포인트로 적립해줬다.

다음 달 개편 이후에는 20만원 이하 결제 금액은 4%, 20∼60만 원 결제 금액은 1%만 적립해 준다. 1만2000원의 적립금을 받으려면 토스페이 이용금액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토스증권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도 무제한으로 무료였으나, 개편 이후에는 주식 결제 주기 한 달 별로 누적 거래 금액 1억원까지만 수수료 무료 혜택이 주어진다. 이전과 동일한 혜택을 받기 어려워졌지만 멤버십 가격은 변하지 않았다.

주요 혜택 축소는 카드사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무이자할부, 슬림할부(일부 개월은 무이자, 일부 개월은 이자 고객 부담)를 2~6개월에서 2~3개월로 축소했다. 삼성카드는 마트, 온라인 상대로 전개하던 무이자할부 이벤트를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다. 무이자할부 이벤트를 아예 조기 종료한 곳도 있다. 현대카드는 대형마트, 학원, 병원 등의 업종에서 관련 카드로 결제 시 최대 12개월 무이자 할부 및 부분 무이자 할부 혜택을 내년 1월 말까지 시행키로 했다가 지난달 15일 종료했다.

금융권에서 서비스 중단이나 축소가 두드러지는 배경은 마케팅 비용 부담이 높아진 영향으로도 해석된다. 이를 추정해 볼 수 있는 것이 ‘판매관리비’ 지출인데, 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BC카드 등 8개사가 올해 3분기까지 지출한 ‘판관비’는 무려 2조8921억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한 해 카드사가 벌어들인 순이익(2조7138억원)보다도 많다.

금리 인상,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영업환경이 크게 악화한 가운데, 늘어나는 서비스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소비자 혜택을 손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나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서비스는 소비자와의 약속이다. 멤버십에 가입하거나 카드를 발급받는다는 것은, 최초 제시한 서비스를 보고 가입하는 것이지, ‘사정에 따라 달라지는 혜택’까지 고려하진 않는다. 그럴 의무도 소비자에겐 없다. 금융권 경쟁이 심화하고 비슷한 서비스도 포화하자 일단 고객부터 묶어두기 위한 무리한 마케팅이 아니었는지 의구심이다.

만약 ‘향후 사정에 따라 혜택이 축소할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를 소비자들이 인지하고도 수 십만명에 달하는 고객을 유치할 수 있었을까.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추구하듯 서비스 역시 지속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와 신뢰가 두터워지고,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아깝지 않다. 단기간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단지 실적을 채우기 위한 미끼 혜택은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담당업무 : 보험·카드·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과 P2P 시장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읽을 만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