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2배 뛴 가계대출금리…영끌족 "내년이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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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2배 뛴 가계대출금리…영끌족 "내년이 더 두렵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2.11.29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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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에 돈 빌린 차주들...불어난 '이자폭탄'에 패닉
"기준금리 최소 두번 더 올린다"...대출금리 10% 임박
올해 내내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으로 영끌족들의 이자폭탄이 현실화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대출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올해 내내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으로 영끌족들의 이자폭탄이 현실화되고 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대출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지난해 낮은 금리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4억원을 대출받아 집을 산 40대 A씨는 요즘 불어난 이자에 패닉에 빠졌다.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더니 대출 초기 연 3% 중반에 불과했던 대출금리가 연 6% 중반까지 치솟아서다. 매달 120만원 꼴로 내던 이자는 어느새 200만원이 훌쩍 넘어갔다. 내년이 더 막막하다. 한국은행이 지난주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했는데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내년에도 더 올릴거란 뉴스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영끌족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저금리에 대출을 받았을뿐인데 돌아오는 대가가 너무 가혹해지고 있다. 지속적인 대출금리 인상에 불과 1~2년 전 초저금리를 이용해 수억 원을 대출한 대출자는 늘어난 이자 부담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급격한 기준금리 상승으로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연내 9%까지 급격하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 초 한국은행이 최소 2차례 이상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함에 따라 대출금리는 ‘연 10% 시대’도 머지 않아 보인다.

이미 신용도가 떨어지는 가계의 신용대출 금리는 두자릿수에 근접해가고 있다. 은행연합회 11월 공시를 보면, 제1금융권을 이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신용점수 701~750점대의 10월 가계 일반신용대출 금리가 엔에이치(NH)농협은행 8.36%, 케이비(KB)국민은행 8.31%, 신한은행이 8.08%에 이르고 있다.

앞서 지난 24일 한은은 기준금리를 2012년 7월 이후 1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연 3.25%로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은행 대출금리도 순차적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폭(0.25%p)만큼 대출금리가 오른다고 가정하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4500억원(1756조8000억원×78.5%×0.25%)가량 더 늘어난다. 대출자 1인당 약 16만5000원 수준이다. 지난해 8월 이후 9차례 기준금리가 인상(2.75%p)된 것을 고려하면, 1년여 만에 불어난 가계 이자 부담액은 37조9000억원에 달한다. 차주 1인당 평균 연이자 부담 증가액은 약 18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실제 차주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 등을 더하는 방식으로 산정되기 때문이다.

한은의 금리 인상 행보에 불과 2년 전 초저금리 시대에 영끌에 나섰던 대출자는 막막해졌다. 매월 상환하는 금액이 이미 기존의 두 배에 달하는 등 막대한 이자 부담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불과 1년여 만에 9차례나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0.5%였던 기준금리는 이달 3.25%로 무려 2.75%포인트(P)가 올랐다. 금융권에선 추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이르면 이달 중 연 8%를 넘고, 올해 마지막 달인 12월에는 연 9%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려 14년 만의 일이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이달 24일 기준 연 5.280∼7.805% 수준으로 연 8%대 진입을 코앞에 뒀다.

주담대 혼합(고정) 금리는 연 5.200~7.117%, 신용대출(1등급·1년)은 연 6.218~7.770%,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 역시도 연 5.230∼7.570%로 이자율 상단이 모두 연 8%에 근접했다.

더 걱정인 건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면서 미국(4.0%)과의 격차는 일단 0.75%p로 좁혀지지만, 연준이 다음 달 최소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만 밟아도 격차는 다시 1.25%p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도 환율 방어 등을 위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내년 초에는 최고 연 10%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이 내년 초에 최소 두 차례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시장은 한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3.75%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보다 기준금리가 0.50%P 추가 인상될 것이란 뜻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통화 긴축 속도가 일부 조절될 가능성도 있어 한은의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3.5% 수준에서 멈출 것이란 예상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미 대출금리가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 있고, 당장에 금리인하 시기를 예측하긴 어려운 상황이어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 고통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올해 마지막 금통위 이후 기자회견에서 "최종금리 수준에 도달한 이후에도 금리를 낮추기 위해선 물가 수준이 물가목표(2%)로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신한 이후에야 금리 인하에 관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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