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짧게 끝난 애도, 이어지는 책임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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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짧게 끝난 애도, 이어지는 책임 공방
  • 김연지 기자
  • 승인 2022.11.1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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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이태원 압사 참사가 일어난 지 보름하고도 닷새가 더 지난 지금까지도 진실 규명이나 대책 마련은 커녕 여야의 정쟁만이 이어지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초반에는 여야가 입을 모아 정쟁을 멈추는 듯했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정치권의 애도는 짧게 끝났고, 정쟁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먼저 여야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극적 참사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면서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중진(김상희·안민석·우상호·윤호중·이인영) 의원들은 17일 김진표 국회의장 집무실을 방문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수사의 영역은 수사의 영역이고 국회는 국회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국회의 역할은 국정조사와 그것을 통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정조사를 거부하는 것은 국회 역할을 하나도 안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민주당은 분노를 금할 수 없고 빨리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의결하려면 이번 주 중에는 결단을 해주셔야 하지 않겠냐"며 국정조사 특위 구성과 관련한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정조사가 정쟁을 유발하고 수사를 지연시킬 수 있다며 야당과 대치하고 있다. 또 한 온라인 매체가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의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해 민주당의 배후설을 언급하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 논의가 민주당에서 시작한 점을 부각해 여론 반전을 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을 무단으로 공개한 인터넷 매체 '민들레'에 대해 법적·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희생자 명단의 유출 경로부터 샅샅이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 인사들과의 연결고리가 밝혀진다면, 대국민 석고대죄로도 모자라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온라인 매체 '민들레'와 '시민언론 더탐사'는 유가족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후 명단 공개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자 "민들레의 명단 공개 결정은 언론으로서의 할 바를 다하려는 것이었고, 동료 시민이 당한 재난에 대해 연대하려는 시민으로서의 책무였으며 또 스스로 희생자들의 부모로서 형제로서 이웃으로서, 상주 아닌 상주로서의 도리였다"며 "그리고 무엇보다 그 출발은 그 잃어버린 이름을 불러 주는 것, 그것이 참된 애도의 출발점이라고 봤다"고 해명했다.

일방적인 이들의 명단 공개는 유가족에게 더 큰 상처만 남겼다. 또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정쟁의 씨앗이 됐을 뿐이다. 누구를 위한 명단 공개인가. 누구를 위한 정쟁인가. 길어지는 정치싸움에 국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비극적인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 또 이를 위한 법 개정에 여야가 함께 뜻을 모아야 한다. 이제는 싸움이 아니라 국회가 할 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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