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상민 장관의 파면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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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상민 장관의 파면을 촉구한다
  • 조민교 기자
  • 승인 2022.11.1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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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개의 문>을 두고 씨네21 이영진 기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국가의 무자비한 폭력을 증명하는 방식에 있어 <두개의 문>은 유사 주제의 다큐멘터리들과 다른 방식을 취한다. 대개는 희생당한 이들의 편에 서서 억울함에 대한 호소를 강조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두개의 문>에는 사지로 몰렸던 철거미들의 피맺힌 절규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신 철거민들의 입장으로 볼 때 가해자라고 불렸던 경찰들의 드러나지 않은 희생을 밝혀냄으로서 <두개의 문>은 면죄부를 받은 국가 폭력에 곱절의 중형을 선고하고자 한다."

지난 11일, 이태원 참사 발생 후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던 용산경찰서 전 정보계장 A씨가 숨진채 발견됐다. A씨는 다른 직원을 시켜 핼러윈 안전사고 정보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의 업무용 PC에서 문건을 삭제하고, 이 과정에서 정보과 직원들을 회유·종용했다는 의혹으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를 받아왔다. A씨의 죽음은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 A씨의 죽음을 두고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책임져야 할 이들이 책임을 미루고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랫 사람들이 받는 심리적 압박이 얼마나 큰 지를 재고시키는 사건이었다. 보도를 마주하고, 기자들의 모인 단톡방에는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같은 날 이상민 장관과의 통화 내용을 담은 중앙일보 단독 기사가 떴다. 이 장관은 통화에서 빗발치는 사퇴 요구에 대해 묻는 질문에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용산소방서장 발끝이라도 쫓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책임져야 할 이들의 입에서 책임감이 느껴지지 않는 말들이 오가는 사이, 참사를 둔 슬픔이 계속해서 증폭되고 있다고 느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 엘리베이터에 '이 엘리베이터가 안전함을 보증합니다'라며 떡하니 찍힌 행정안전부 장관의 도장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엘리베이터에서 사고가 나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대응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이 없다고 도저히 말할 수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의 경질론을 놓고 선을 긋자, 여권에서도 눈치를 보며 경질론 목소리가 낮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선 대책 후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재난에 대한 대책을 미리 수립하지 못해 온 나라를 슬픔에 빠지게 한 사람이 어떻게 대책을 위해 남아있을 수 있나. 이상민 장관은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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