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 ‘비속어’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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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 ‘비속어’ 권하는 사회
  • 이선율 기자
  • 승인 2013.10.0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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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97%·중고생 99% “비속어 써봤다”…교사 1/4 “학생들에게 비속어 쓴다”

[매일일보] 초·중·고교 재학중인 청소년의 대부분이 비속어를 사용하고 있고 모범이 되어야할 교사들도 4명 중 1명은 학생들을 상대로 비속어·은어·유행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대중음악계에서 이른바 ‘힙합 디스전’을 통해 쏟아져나오는 유명 래퍼들의 심한 욕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아예 여당인 새누리당은 심한 욕설의 이니셜을 연상시키는 포스터를 전면에 내세운 욕설 공모전까지 개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학교폭력에서 가장 큰 문제가 언어폭력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청소년 언어 순화를 위한 국가차원의 대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됐다.

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한글날을 맞아 국립국어원의 ‘2011년도 청소년 언어실태 언어의식 전국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초등학생은 전체 응답자 1695명 가운데 97%에 해당하는 1641명이 비속어를 사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자료를 보면 중고등학생은 전체 응답자 4358명 가운데 99%(4309명)가 비속어를 사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욕설·협박·저주·비하 등 공격적 언어 표현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초등학생은 60.7%, 중고등학생은 80.3%였다.

공격적 언어 표현의 유형으로는 초등학생은 욕설이 54%로 가장 많았고 험담 12%, 비하 11% 순이었다. 중고등학생은 욕설 72%, 비하 8.1%, 저주 7.5% 순으로 비율이 높았다.

반면 청소년들은 자신의 일상생활 언어 사용에 대한 개선의지가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경우 자신의 일상생활 언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54.5%였으며 중고등학생의 경우 69.8%로 나타났다.

교사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학생들의 폭력적·규범파괴적 언어 표현 원인으로는 ‘친구관계, 게임중독 등 사회문화 환경’ 때문이라고 보는 경우가 85%로 가장 많았다. ‘학업 스트레스, 바른말 교육의 부재 등 교육 환경’이라고 보는 경우와 ‘가정 내 언어폭력 등 가정환경’ 때문이라고 보는 경우는 각각 8%와 5%에 불과했다.

교사들도 폭력적이거나 규범파괴적 언어 표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하는 말에서 비속어·은어·유행어를 사용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 교사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을 가장 많이 했지만(53.5%), ‘사용한다’는 응답 비율도 27.7%에 달했고 이 가운데 5.4%는 ‘자주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교사 89%는 학생들에게 비속어·은어·유행어 사용을 제재한다고 답했다. 제재하지 않는 교사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제재를 가해도 효과가 없다(53%)’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구체적인 제재 방법이 없어서’와 ‘그런 표현을 써도 괜찮다고 생각해서’가 각각 14%였다.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인재근 의원은 “학교폭력의 유형 중 욕설과 모욕적인 말 등의 언어폭력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차원에서 청소년 언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인 의원은 “청소년기의 언어습관은 평생의 언어습관을 좌우한다”며 “제재를 가해도 효과가 없다고 방관할 것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청소년 자체가 아닌 외부적·환경적 요인에서 찾아보는 등 다양한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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