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외교관’ 입니다
상태바
[기자수첩]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외교관’ 입니다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2.11.06 1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업부 이상래 기자.
산업부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동분서주(東奔西走).’

동쪽으로 뛰고 서쪽으로 뛴다는 뜻으로 참으로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을 말한다. 요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보면 떠오르는 말이다.

대한민국 굴지의 자동차기업의 총수로서 바쁜 건 당연하지만 유독 새삼 다르게 느껴지는 건 그가 동분서주하는 이유가 꼭 현대차그룹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눈길을 끈 정 회장의 해외 출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그리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위한 해외 출장길이다.

정 회장은 지난달 28일 부산세계박랍회 유치를 위해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를 만났다. 정 회장은 체코 총리에게 부산세계박람회 주제와 목표, 세계박람회 개최 후보지로서 한국과 부산의 경쟁력을 직접 설명하며, 부산세계박람회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부탁했다고 한다.

현대차와 체코의 인연은 2008년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체코 오스트라바시 인근 노소비체에 위치한 현대차 체코공장은 2008년 가동개시 이후 지난달까지 누적생산대수가 390만대를 넘어섰다. 현대차의 유럽시장 중장기 전기차 판매목표 달성을 위해서 체코를 친환경 생산 핵심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사업을 육성하는 체코로서도 현대차가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현대차의 수장인 정 회장이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유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겠다.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뛰는 기업인을 보고 있노라면 기업의 목표가 더 이상 눈 앞의 이윤추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로 현대차가 얻는 이익을 통해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엔 글로벌 자동차 기업 총수 입장에선 우선순위가 높은 ‘이익 극대화’를 위한 일들이 너무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간 외교관’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IRA 대응을 위해 미국 출장길에 여러 차례 오른 정 회장을 보고 ‘민간 외교관’ 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 회장은 지난달 26일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에 참석했다. 정 회장의 미국 방문은 올해만 6번째다. IRA 시행이 현실화된 이후엔 두 번째 출장이다. 지난 9월 IRA 통과 직후 미국 출장을 다녀온 바 있다.

IRA는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 시장 성패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 그렇다고 IRA 문제가 한 기업만의 문제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자동차 산업이 대한민국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생각하면 말이다. 일자리 문제는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가 IRA 대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한미 양국의 외교통상 문제에 기업인도 거드니 이것 또한 ‘외교관’ 활동이라고 칭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