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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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참사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2.11.0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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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민주 기자] 최근 안타까운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평택 SPC계열사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20대 근로자 사망 사건은 슬픔을 넘어, 전 국민의 분노를 샀다.

산재의 희생자 A씨는 1m 높이의 배합기 내부 기계에 상반신이 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계는 여러개의 회전 장치가 돌아가며 샌드위치 소스를 섞는 구조로, 자칫 옷 끝, 손가락, 주걱 등이 끼이면 몸 전체가 말려들어갈 위험이 충분하다.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기계를 멈추고도 A씨의 상반신이 잘 꺼내지지 않아, 직원들이 기계 내부에 있던 소스들을 퍼낸 후에야 겨우 고인을 기계 밖으로 빼낼 수 있었다.

현장엔 A씨와 동료 1인이 근무 중이었으며, 동료가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일어났다. 별도의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구역인 데다 목격자도 없어, 사건을 담당한 경기 평택경찰서 측은 현장 및 업계관계자의 진술을 토대로 구체적 사고 경위를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안전펜스가 설치됐더라면, 전문 훈련을 받은 관리감독자가 자리에 상주했더라면, A씨는 살아서 만 23세 청년의 꽃다운 삶을 더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끊임없이 남는다.

더욱이 화를 키웠던 것은 SPC의 사후대처다. 사망사고 다음날 가리개 하나를 두고, 같은 공간에서 여느때와 똑같이 업무가 이뤄졌다. 산재와 그로 인한 희생에 대한 기업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를 넘어 해외도 충격에 빠뜨린 올해 최악의 사건 ‘이태원 대규모 압사’ 또한 안전불감증에 의한 참사다. 오랜만에 ‘노 마스크’로 맞이한 핼러윈 축제 기간, 전국의 수많은 20~30세대들이 이태원으로 운집했다. 조사 기관 등에 따르면, 당시 가로, 세로 1m 공간에 최소 약 15명이 끼어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젊음과 해방을 누리러 들뜬 마음으로 밖을 나섰던 젊은이 중 156명은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주최기간이 없는 행사에서 발생한 사고로, 안전관리 및 대처에 대한 책임 공방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청·용산서·용산구청·정치인 등 관계 기관 및 인물들은 서로의 탓을 하기 급급한 모습이다.

대규모 운집이 예상된 날짜와 장소에 적정 관리 인력이 사전 배치됐더라면, 초기 사고 신고 당시 대응이 적절했더라면, 주최 없는 행사에 대한 안전 관리 매뉴얼이 확립됐더라면, 이태원 참사는 일어나지 않지 않았을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옛말이 뼈저리게 와닿는 요즈음이다. 정부, 기업, 관계부처, 국민들 모두 너나할 것 없이 ‘안전’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켜야할 때다. 최근 일어난 안전사고들은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다. 안전불감증이 더해지고 더해지다 결국 터질 게 터진 것이다. 또 다른 비극을 막을 최선의 방법은 ‘예방’뿐임을 우리 사회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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