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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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 김정인 기자
  • 승인 2022.10.3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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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서울 도심의 한밤중, 못다 핀 꽃 154송이가 졌다. 코로나19와 취업난, 학업난 등으로 눌려왔던 스트레스를 분출하러 온 10대, 20대들이 대다수였다. 당최 믿을 수 없는 비극이 '세월호 사고'에 이어 또다시 일어난 것이다.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가운데, 이 비극을 틈타 '건수 하나 제대로 잡았다'는 듯 책임론을 꺼내드는 정치권의 모습이 목격됐다. 눈물이 마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이태원 참사 발생 하루만인 지난 30일. 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의 발언이 이슈가 됐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청와대 이전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이유는 "대통령 출퇴근에 투입돼 밤낮 야근까지 고충을 토로하는 경찰 인력이 700명, 마약 및 성범죄 단속에 혈안이 돼 투입된 경찰 200명이 모두 (이태원이 있는) 용산경찰서 관할 인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 이상민 행안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난이 거세자 남 부원장은 30여 분 만에 게시글을 삭제했다.

국민의힘에선 남 부원장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 부원장의 발언을 다룬 기사를 공유한 뒤 "앞뒤 사정 파악되면 이런 비극이 절대 다시 없도록 제대로 징비록을 쓰자"면서도 "그런데 아무리 정치병자들이라도 좀 사람도리는 버리지 말자"고 지적했다.

이후 정쟁을 멈추자는 목소리가 여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왔다. 사고 수습을 위해 초당적 협력을 다짐하자는 데에도 뜻이 모였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최고위 회의에서 "사고 수습과 희생자 추도, 부상자 회복이 가장 급선무다. 국회도 소관 상임위인 행안위를 내일 열어서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 소방청으로부터 참사 경위와 수습 대책에 관해 보고 받을 예정"이라며 "민주당은 참사의 제대로 된 수습을 위해선 정부당국과 피해자들이 필요로 하는 국회 차원의 모든 조치를 신속하게 강구하겠다"고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초당적 협력을 약속한 데 대해 "일체의 정치 활동을 중단하고 정부의 사고 수습과 치유 대책에 전적으로 협조하기로 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필요한 협력은 요청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초당적 협력이 구체화되는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당내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는 시점이다. 따라서 여야가 정말 정쟁을 멈추고 초당적 협력에 나설지는 두고 봐야할 일이다. '말 뿐'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젠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시간이다. 또다시 혼란과 갈등의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의 슬픔은 분노로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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