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의 ‘24시간이 모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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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의 ‘24시간이 모자라’
  • 정두리 기자
  • 승인 2013.10.06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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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정두리 기자.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각계각층, 소비자, 사회 모두를 아울러 100년 동안 동반자 입장에서 걷겠다”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은 지난달 26일 ‘블랙야크강태선나눔재단·장학재단 출범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블랙야크는 이날 단발적 지원이 아닌 지속가능한 지원을 시행하겠다는 장기적 계획과 함께 사회공헌 재단을 설립했다.

블랙야크는 지난해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하며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면에서 모두 상위권에 자리 잡으며 국내 아웃도어 업계의 로컬브랜드로 당당히 거듭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은 소비자로부터 얻은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기업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동반성장의 실천이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 블랙야크 측의 판단이다.

이 같은 행보에 언론들도 주목하며 상생경영의 더 큰 확산을 바라듯 수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블랙야크의 현재 키워드는 ‘상생’에서 ‘횡포’로 뒤바뀌었다. 한 세기동안 동반자를 자처한지 단 하루 만이다.

문제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강 회장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외쳤던 강 회장이 항공사 용역 직원을 폭행해 도마 위에 올랐다.

강 회장은 지난달 27일 오후 김포공항탑승구에 늦게 도착했으면서도 이륙 지연 이유로 탑승을 거부한 직원을 향해 욕설을 하고 신문지를 말아 얼굴을 때렸다. 항공기 이륙 불과 1분 전에 나타나 벌인 그야말로 어이없는 소동이다.

올해 기업의 ‘갑의 횡포’가 끊임없이 터지며 국민의 기업 신뢰도가 갈수록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블랙야크를 대표하는 CEO의 비도덕적 폭행에 비난 여론의 강도는 배로 들끓고 있다.

강 회장은 저소득층 및 장애인 지원사업을 진행하는 등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으로 과거 국민훈장도 받은 바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두 얼굴의 CEO’, ‘신문지 회장’ 등 불명예스런 타이틀까지 덤으로 얻었다.

이후 소비자들은 ‘블랙야크 불매 운동’까지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 하는 것만 못한 일을 해 소비자에게 배신감까지 안겨준 꼴이 됐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블랙야크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기 위해 새로운 100년을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24시간이 모자라 그간 쌓아올린 명성조차 잃어버릴 위기에 봉착했다.

어느 기업의 CEO는 “위기의식은 맑은 날에 우산을 준비하는 것처럼 미리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강 회장이 이 사건을 계기로 등 돌린 소비자를 아우를 수 있는 어떤 대비책을 보일지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이왕이면 사고 수습에 급급한 것이 아닌 참된 기업가의 자세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볼 것을 기대해본다.

또한 블랙야크가 비를 맞는 이들에게 우산을 씌어주려던 동반자의 모습이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는 걸 100년 이후에도 증명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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