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나온 아파트 매물 늘었지만…10건 중 8건 주인 못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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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나온 아파트 매물 늘었지만…10건 중 8건 주인 못 찾아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2.10.0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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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재건축 단지도, 강남 고가 아파트도 줄줄이 유찰
“한두 차례 유찰돼야 응찰자 모여…당분간 경매 한파 지속”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경매 시장에도 한기가 돌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개포한신아파트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경매 시장에도 한기가 돌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개포한신아파트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집값 고점 인식, 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주택 거래가 끊기면서 아파트 경매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지난해만 해도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경우 경매에 나오면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수하려는 수요가 몰렸지만, 최근엔 유찰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관망세가 짙어진 가운데 경매시장에서도 옥석가리기가 심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4일 법원경매정보와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1~9월) 경매에 나온 서울 주택(아파트·단독·다가구 등) 매물은 총 422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58% 늘었다. 반면 낙찰건수는 줄었다. 9월 서울, 경기, 인천의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총 366건이었고, 낙찰된 건은 110건(낙찰률 30.00%)에 불과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9월 진행 건수는 67건이었지만, 이 중 15건만 낙찰됐다. 낙찰률은 22.40%로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1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먼저 서울 강북 지역 대표 재건축 단지인 노원구 상계주공단지는 올해 진행된 경매에서 잇달아 유찰됐다. 지지옥션의 집계 결과를 보면 지난 8월 23일 노원구 상계주공 11단지 전용면적 58㎡는 감정가(8억원)의 75.2%인 6억100여만원에 매각됐다. 해당 단지는 지난 5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지만 아무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같은 날 노원구 상계주공10단지 전용면적 59㎡도 두 번 유찰된 후 감정가(7억9000만원)의 78%인 6억1500만원에 팔렸다.

강남 일대 주요 단지에서도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는 등 이례적인 사례가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면적 84㎡는 9월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두 번째 매각에서 감정가 23억1000만원보다 낮은 22억5999만9999원에 매각됐다. 해당 물건은 9월 2일 처음 경매 시장에 나왔지만, 입찰자가 없어 한 차례가 유찰됐다. 최저 입찰가는 18억4800만원까지 떨어졌고 두 번째 입찰서 매각에 성공했다. 이는 기존 대비 낮은 가격에 낙찰된 것으로 앞서 타워팰리스는 지난해 12월 감정가의 112%, 2020년 10월엔 127% 수준에 낙찰됐다.

경매시장에서 외면을 받은 것은 타워팰리스뿐 아니다. 최근 강남구 ‘아이파크삼성’, 송파구 ‘리센츠’ 등 강남권 고가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삼성동 아이파크삼성 2가구는 지난 8월 30일 열린 경매에서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전용면적 157㎡ 물건의 감정가는 51억7000만원, 전용면적 145㎡는 감정가 50억원으로 시장에 나온 최저호가(55억원)보다 낮았지만 외면받았다.

강남구 일원동 목련타운 전용면적 134㎡도 한 번 유찰된 후 감정가 23억5000만원 대비 7% 떨어진 21억8550만1000원에 낙찰됐다. 현재 같은 면적 호가는 27억~28억원 수준이다. 청담동 청담대우유로카운티 전용면적 157㎡도 지난 8월 26억2626만2000원에 낙찰됐다. 이 단지도 유찰된 후 입찰 최저가가 29억원에서 23억2000만원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경매 진행됐다.

송파구 마천동 금호어울림1차 아파트 전용면적 102㎡는 지난달 경매에 매물로 나왔다. 최초 감정가 12억4000만원인 이 물건은 지난 6월과 7월에 잇달아 유찰됐다. 두 번의 유찰 이후 경매 진행 시 입찰할 수 있는 최저 입찰금액은 감정가의 64% 수준인 7억9360만원까지 떨어졌다. 잠실동 리센츠 전용 124㎡도 최초 감정가 대비 10억원 19억1680만원에 3차 경매가 진행됐지만 유찰됐다. 현재 같은 평형의 최저호가(34억원)와 비교하면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얼어붙은 가운데 경매 시장에서도 당분간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일반 매매시장에서도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고, 가격을 낮춘 급매 위주로 거래되다 보니 경매에서의 감정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이에 몇 번 유찰이 돼야 응찰자들이 모이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 “대출 규제, 금리 인상과 같은 이슈가 계속되고 있어 침체 분위기는 이어지고 옥석가리기는 심화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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