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부터 장관까지 애꿎은 농산물을 물가상승 주범으로 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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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부터 장관까지 애꿎은 농산물을 물가상승 주범으로 호도”
  • 손봉선 기자
  • 승인 2022.10.04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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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통신비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 31.2로 배추(1.5)의 20배 달해
주철현 의원, “통신비 등 실제 물가부담 완화 행보 뒷전...만만한 게 농산물”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국회의원(여수시갑)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국회의원(여수시갑)

[매일일보 손봉선 기자] 소비자물가지수에 미치는 국산 농산물의 영향이 미미함에도 대통령부터 소관 부처 장관까지 나서 애꿎은 농산물을 ‘물가상승의 주범’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국회의원(여수시갑)은 휴대전화 통신비나 휘발유, 사립대학 등록금 등에 비해 배추·마늘·파 등의 농산물이 소비자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지극히 미미함에도, 마치 농산물 가격이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것처럼 대통령이나 정부 고위 관료들이 앞장서 여론몰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통계청의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에 따르면, 매년 “금배추”라 불리며 물가상승 주범으로 낙인찍힌 배추의 가중치는 1.5에 불과하지만, 휴대전화 통신비는 배추의 20배가 넘는 31.2에 달하고, 휘발유(20.8)나 대학 등록금(10.8) 등도 배추보다 몇 배 이상으로 높게 책정돼 있다. 배추값이 급등하더라도 통신비가 소폭 인상되는 것에 비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미미하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작성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458개 대표품목 가격의 가중평균 변동을 나타내는데, 전체 가격변동을 계산할 때 각각의 대표품목은 상대적 중요도에 따라 전체 물가지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기서 상대적 중요도는 그 품목이 가구의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정해지는데, 이것이 해당 품목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전체 가중치 총합 1,000)’다.

통계청이 작년 말에 새로 발표한 ‘2020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에 따르면 전체 458개 품목 중 물가지수에 대한 영향력이 높은 상위 15개에는 농산물이 단 1개도 존재하지 않는다(첨부자료-1).

배추뿐만 아니라, 주요 농산물인 사과(2.6), 수박(1.1), 마늘(1.2), 파(1.1), 양파(1.0)도 매우 낮게 책정됐다. 커피콩․밀․맥아 등 원료 대부분을 수입하는 외식 커피(7.2), 빵(6.5), 맥주(3.2) 등과 비교해도 국산 농산물들이 차지하는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는 매우 미미할 뿐이다.

민주당이 가격 폭락 대책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쌀의 가중치도 5.5에 불과해 1980년의 127.1과 비교하면 23분의 1에 그치고 있다. 그만큼 과거와 달리 쌀 시장격리 등의 대책으로 쌀값이 소폭 인상되더라도 소비자물가 부담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주철현 의원은 “농산물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도 낮지만,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계절에 따른 일시적인 가격상승이 불가피하다”라고 지적하며 “농가에서 가격 상승기의 수익으로 가격 폭락기의 손해를 겨우 만회하는 실정인데,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나서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 8월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명절 장바구니 물가를 잡아야 한다”며 추석 차례상과 별다른 관련 없는 배추를 들어 보이는 모습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바 있다. 앞서 6월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배추와 달걀 등 농산물을 들고선 “물가 대응 방안을 지속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며 여러 언론이 앞다퉈 보도했다.

심지어 농민들의 소득 안정에 앞장서야 할 정황근 농식품부장관도 취임 직후인 지난 5월 하나로마트 배추 코너를 방문해 물가점검을 위한 현장 행보에 나섰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주철현 의원은 “농산물보다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가 훨씬 높은 휴대전화 통신비나 휘발유, 대학 등록금을 억제한다고 대통령이 직접 현장에 나서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고 지적하며, “통신사나 정유사 등의 대기업이나 사학재단은 부담되는지, 만만한 게 애꿎은 농민들과 농산물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철현 의원은 “농식품부장관은 농민들을 두 번 울리는 그릇된 행보를 중단하고, 효과적인 물가안정 대책 수립에 악영향을 끼치는 소비자 오해부터 바로잡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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