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헤어짐에 관한 250여 개의 짧은 글귀 '있다,잊다,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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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헤어짐에 관한 250여 개의 짧은 글귀 '있다,잊다,잇다'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2.10.04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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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그 기억을 잊다 잊다, 그 기억들을 잇고 있다”
잊으려 할수록 선명해지는 사랑의 기억
얼마나 많은 눈물로 희석해야 지울 수 있을까?

이 세상에 산뜻한 이별은 없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지난 기억을 되짚으며 헤매는 시간은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그래서 헤어짐을 맞이한 사람의 감정은 크게 요동친다.

보통은 평온하다가도 어느 날에는 종일 울적한 기분에 사로잡히고, 어느 날에는 분노가 치밀어 다 잊겠노라 다짐하지만, 또 어느 날엔가는 자신의 잘못을 곱씹으며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한다.

사랑한 기억을 잊으면 널뛰는 감정도 잠잠해질 텐데, 그놈의 기억은 잊으려 할수록 오히려 선명해져 괴로울 뿐이다. 이 종잡을 수 없는 감정, 어쩌면 처절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장면들은 이별을 맞이한 사람이라면 겪는 감정의 파고다.

특이할 것도 특별할 것도 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감정임을 알지만, 막상 헤어짐이 닥쳤을 때 초연해질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마음을 다해 사랑했다면 더욱 그렇다. 이런 때에 세상에 나만 이렇게 힘든 것은 아니라고 헤어지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거라고 누군가 공감해준다면, 조금의 위로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인썸 작가의 글이 그렇다. "글은 그저 감정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라는 그의 말처럼, 이 책에서 그가 견뎌낸 힘든 시간이 그대로 와닿는다. 감정을 제대로 표현을 위해 어휘를 섬세하게 골랐음은 느낄 수 있지만, 멋지게 보이고자 억지로 꾸며낸 듯한 기분은 들지 않는다.

타인에 불과한 작가의 이별 이야기에 무척이나 슬퍼지는 건, 그의 글이 ‘진짜’라는 방증이다. 이별이 얼마나 아픈지 잘 아니까, 이 글귀들이 꼭 내 마음과 같으니까. 글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나의 슬픔을 작가가 대변해주는 기분이 들게 한다.

온 마음을 꾹꾹 눌러 쓴 이 모든 글귀는 헤어짐에 괴로워하는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작가의 진솔한 고백을 읽으며 위로받고 한참을 울다 보면 어느새 마음의 상처 역시 조금은 아물어 있으리라.

--오늘도 새벽까지 잠 못 이룬 당신을 위로할 문장들
눈길이 닿은 그곳이, 바로 지금 당신의 마음
헤어짐에 관한 250여 개의 글귀--

짧은 글귀를 모았다는 점도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이다.

만남과 이별 사이 구구절절한 설명이나 내러티브 없이 오롯이 감정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우리는 이 글귀들을 그저 마음으로 읽으면 될 뿐이다. 작가가 비워둔 시공간은 각자의 기억으로 채워진다. 그것이 곧 나의 이야기가 되고 그래서 작가의 문장에 더 크게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책은 감정의 흐름에 따라 "있다’ ‘잊다’ ‘잇다" 이렇게 3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 '있다'에는 사랑한 자리에 남은 것들, 혼자가 되어 견디는 시간, 미련에 관한 글귀를 담았다.

2장 '잊다'에는 사랑했던 기억을 잊으려는 노력, '우리'라는 틀을 지우는 과정, 상실감에 관한 글귀가 이어진다.

3장 '잇다'에는 사랑했던 기억을 잊느라 잃어버렸던 내 감정을 찾고 이별 직후 멈췄던 과거의 시간을 다시 이어서, 나를 회복하는 내용의 글귀를 담았다.

책을 펼치면 페이지마다 다른 레이아웃을 적용한 점에 눈이 간다. 분위기에 따라 정렬을 다르게 하고 곳곳에 작은 장치를 넣어, 감성을 돋운다.

책 한 장 한 장을 글귀 카드라고 보면 되겠다. 또한 글귀에 따로 제목을 붙이지 않았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흐르는 감정선이 억지로 끊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목차를 확인할 것 없이 손이 닿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펼쳐보면 된다.

그렇게 우연히 마주한 그 페이지에 자신의 마음과 꼭 같은 문장이 적혀 있어 깜짝 놀랄 수도 있다. 그가 고백하는 이별에 관한 글귀 하나하나가, 이별로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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