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감장은 '콜로세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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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감장은 '콜로세움'이 아니다
  • 김정인 기자
  • 승인 2022.09.2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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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여야가 대정부질문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4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대정부질문에서 여야는 전임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실책에만 지겹도록 매달리며 정작 민생을 위한 정책은 어디에도 없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국민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국감에 앞서 또 다시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누고 있다. 국회를 바라보는 찌푸려진 눈살이 펴질 틈이 없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28일 국정감사 사전점검회의와 종합상황실 현판식 등을 열고 '정정당당', '민생', '국민참여' 국감을 약속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전점검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번 국감은 지난 문재인 정권 5년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마지막 국감"이라며 "국감을 활용해서 나라를 망가뜨린 적폐를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구체적으로 △문재인 정권 임기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 △대북 외교 및 동맹 문제 △소득주도성장 정책 △태양광 관련 비리 △방송장악 의혹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반면 거대 야당으로 첫 국감을 치르는 민주당은 29일 국정감사의 전초기지로 삼을 종합상황실을 꾸림과 동시에 상임위원회 별 간사단 연석회의까지 열고 주요 감사 현안을 점검했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통해 윤 대통령 순방 중 '비속어욕설 논란'을 꼬집고 현 정부 실정을 부각시킨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현판식에서 민생을 강조하며 잘못 운영되고 있는 국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 국정이 매우 불안정하다"며 "민생 경제가 어렵고 또 외교참사로 인해서 국민들이 나라살림에 대한 걱정도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여야는 증인, 참고인 채택을 두고도 충돌했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에 여당은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를, 야당은 김건희 여사를 증인으로 채택하자며 맞섰다. 한국 정치 역사상 전직 대통령과 현직 영부인이 국감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미루어 보아, 여야가 민생에 집중하지 않고 무의미한 정쟁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감장은 로마시대 검투사들이 싸우던 콜로세움의 자리가 아니다. 국감은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것으로, 정부를 감시·비판하는 기능을 가진다. 단순히 잘잘못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라 그야말로 민생 실태를 파악해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를 발견, 정책 개선에 나서는 과정이다. 추석 연휴 때 한 데 모인 친척들은 '정치인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싸우기만 하냐'며 기자에게 따져 물었다. 동료 기자들마저 정쟁만 하는 여야의 모습이 지겹다는 데 입을 모은다. 국민의 비판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젠 국감 본연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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