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조직의 문제를 나로부터 찾는 게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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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조직의 문제를 나로부터 찾는 게 리더다
  • 유현희 기자
  • 승인 2022.09.25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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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은 국내 최장수 전문 경영인이다. 18년째 LG생활건강의 경영을 진두지휘한 그는 직원과의 소통을 누구보다 중시한다.

지난해 출간한 ‘CEO 메시지’는 그의 리더십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2005년 취임 당시부터 직원들에게 전해 온 메시지를 엮어 출간한 ‘CEO 메시지’는 비매품이라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화제가 됐다. LG생활건강 직원들은 다른 기업의 지인들에게 책을 구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고 CEO의 필독서로 자리잡았다. 아마 비매품이 아니었다면 베스트셀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을 것이다.

그는 직원들이 자주 찾는 곳곳에 메시지를 남기며 CEO의 경영에 대한 신념을 공유했다. 그 장소가 화장실이든, 복도든 상관없이 그의 메시지는 회사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LG생활건강 화장실 한 켠에서 본 메시지들 중 인상 깊은 내용이 얼핏 기억난다. “9회말을 마친 후 타석에서 아무리 홈런을 쳐도 소용 없다”라는 요지의 글귀다. 그리고 나서 그 의미를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후 6시가 되자 LG생활건강 건물의 전등이 모두 소등됐다. 업무 시간이 지난 후 야근하는 것보다 업무시간에 충실하자는 CEO의 메시지가 실제 경영에도 적용이 되고 있던 것이다. LG생활건강은 어느 회사보다 유연근무가 빠르게 도입됐다. 2010년대 초중반부터 LG생활건강 직원들의 책상 위에는 ‘저의 근무 시간은 0시부터 0시 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와 함께 다른 부서와 협업이 필요한 경우 근무 시간이 달라 혼선을 빚지 않도록 한 기지가 돋보였다.

신뢰받지 못하는 리더는 대부분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다. '표리부동', '내로남불'로 대표되는 리더의 행동은 임직원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동시에 업무에 혼선을 주기 마련이다. 차 부회장의 메시지가 더 와닿았던 것은 조직 경영과 메시지가 일치했기 때문이리다.

LG생활건강을 방문할 때마다 화장실의 각기 다른 칸에 들어갔다. 모두 다른 메시지들이 문 앞에 붙어있는 것을 보며 CEO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흥미로움은 차치하더라도 나 역시 리더가 될 때 가져야할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차 부회장의 메시지가 책으로 출간됐을 때 나 역시 지인에게 부탁해 책을 구했다. 언젠가 보았던 메시지도 있었고 조금 새롭게 다가오는 내용도 있었지만 간결한 메시지 구절에는 차 부회장의 리더십이 절절히 묻어났다. 때로는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고 직원과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18년이라는 긴 세월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이 건재할 수 있던 이유는 비단 실적뿐만이 아니다. 임직원들과 교감하고 그들을 존중하는 리더십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2017년 출간된 ‘위기 극복의 힘, 인성수업-리더십의 핵심은 인성이다’라는 책에서는 인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소위 좋은 스펙보다 올바른 인성을 중시하는 이 책은 70주년이라는 역사를 지닌 킴레이사의 성공비결을 ‘인성 중심의 문화’로 꼽는다.

결국 선후배와 동료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이다. 차 부회장의 메시지 곳곳에도 이 같은 리더십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새삼 부끄럽고 부럽다. ‘지금 우리의 리더는 어떠한가’, ‘나는 부하직원들에게 본받을만한 리더일까’ 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나의 인성에는 문제가 없었는지도 되돌아본다. 리더는 다른 이를 탓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조직을 살핀다. 다른 회사 때문에, 부하직원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바로 당신에게서 모든 문제가 시작됨을 직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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