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벼랑 끝 서민경제 옥죄는 불법 사채, 서둘러 발본색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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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벼랑 끝 서민경제 옥죄는 불법 사채, 서둘러 발본색원해야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승인 2022.09.2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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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신용 취약 계층을 상대로 한 불법 사채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6월 14일 배포한 ‘2021년 불법 사금융피해 신고센터 운영실적’을 보면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및 상담 건수는 9,238건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과도하게 높은 금리와 불법 채권 추심, 불법 중개수수료 등에 대한 신고 건수가 전년 7,351건보다 무려 25.7%인 1,887건이나 늘어난 것이다. 올해 1분기 신고 건수만도 이미 2,068건에 이른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설상가상 경기침체 우려까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돈줄이 막힌 서민들이 불법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어 이런 불법 사채 피해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인다. 최근엔 악성 소액 단기 대출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30만 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뒤 50만 원을 갚게 하거나, 50만 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뒤 80만 원을 갚게 하는 등 이른바 ‘30-50’이나 ‘50-80’ 대출 방식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이자율은 무려 3,470%에 달한다. 자칫 연체라도 하게 되면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감당할 수 없는 채무의 늪에 빠지게 되는 악성 구조다. 지난해 말에는 생계난에 처한 소상공인과 취업준비생들에게 연 5,000%의 초고리(超高利) 이자를 뜯어낸 사채업자들이 적발되기도 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악덕 사채업자들은 돈을 갚을 것을 종용하며 폭언과 신체적 위해를 가하고 협박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돈을 빌린 사람은 물론 그 가족에게까지 집요하게 독촉하며 겁박하는 최악의 경우마저도 부지기수로 나타나고 있다. 돈이 급한 서민들의 약점을 악용해 고금리를 뜯는 것도 모자라 불법 추심으로 가정과 삶을 파탄 낸다는 점에서 가장 악질적인 민생범죄의 하나다. 급전이 필요한 취약 계층이 불법 대출인 것을 알면서도 사채 시장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신용등급 6∼10등급 대출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57.6%나 불법 업체인 것을 알고도 대출받았다고 답한 것은 이를 방증하기에 충분하다. 

불법 사채가 증가한 데는 2017년 연 27.9%에 달했던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로 한차례 낮춘 데 이어 지난해 7월 7일부터 연 24%에서 20%로 4%포인트나 더 낮아진 데 따른 ‘풍선효과’의 영향도 크다.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서민들이 이자 부담이 줄어 좋아해야 할 듯도 하지만 수익성이 낮아진 대부업체들이 대출 자격 기준을 더 높이게 돼 저신용 서민들은 돈 빌리기가 오히려 더 어려워져 취약 계층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훨씬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7월 26일 발간한 ‘금리 인상기에 취약 계층을 포용하기 위한 법정 최고금리 운용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조달금리가 추가로 1%포인트 더 오르면 지난해 말 기준 2금융권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사람 중 약 97만 명이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 이들이 지고 있는 신용대출 규모는 약 9조4,000억 원이다. 다른 대출까지 합치면 49조6,000억 원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빚을 많이 진 사람의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당장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는 것도 해결책이 못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연 20%에서 18%로 2%포인트 인하하면 약 65만9,000명이 2금융권의 대출 거절로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난다. 이들이 지고 있는 다른 채무까지 합쳐 최대 33조2,000억 원의 연체도 발생할 수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폭이 커지면 피해도 함께 불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연 20%에서 16%로 4%포인트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면 약 108만4,000명이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고 최대 55조3,000억 원 연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KDI는 전망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만기 연장을 통한 월 상환 부담 축소 △정책 금융이나 재정을 통한 보조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물론 사채업자라고 해도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한 이자를 받는 것은 법 위반으로 무효이므로 과도한 추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에 신고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채무자 대리인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1일 “채무자 대리인 무료 지원을 통해 취약 계층이 비용부담 없이 불법 과도한 추심행위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 법률 지식 부족으로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던 피해자에게 공적 지원을 하고 있다.”라며, “모바일 접수, 서류 제출방식 개선 등 채무자 대리인 신청의 편의성·접근성을 제고해 나가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감독원과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채무자 대리인 등 신청 건 중 지원 대상 해당 여부 등을 검토해 4,841건에 대해 채무자 대리인 선임 등 지원을 했다. 전체 지원 4,841건 중 98.1%인 4,747건은 공단 소속 변호사가 채무자 대리인으로서 채권자의 불법·과도한 추심행위에 대응했고 30건의 무료 소송대리(최고금리 초과이자 반환소송 등), 64건의 소송전 구조(화해 등) 지원에 착수해 침해당한 채무자의 권리를 구제했다.

현행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3조(등록 등)의 규정에 의거 대부업 등을 하려는 자는 해당 영업소를 관할하는 시ㆍ도지사에게 등록하여야 한다. 이를 위반하여 대부업 등을 한 자는 같은 법 제19조(벌칙)에 의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제11조(미등록대부업자의 이자율 제한)에 의거 미등록대부업자가 대부 하는 경우의 이자율에 관하여는 「이자제한법」 제2조(이자의 최고한도)에서 정한 연 25%를 초과할 수 없다. 

이 최고이자율을 초과하여 이자를 받은 자는 「이자제한법」 제8조(벌칙)에 의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불법 사채업자들의 위압적인 폭언과 폭력 행사나 행사할 듯 겁박하는 분위기에 불안과 공포로 곤욕스러울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금융감독원과 경찰은 서둘러 불법 사채업자들에 대한 단속과 감시를 더욱더 철저히 하고 처벌을 대폭 강화해 서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발본색원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금융 취약 계층을 위한 대출 상품의 문턱을 더 낮추고 지원 규모와 범위는 더 넓히는 실행력 있고 실효성 있는 구제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다. 단속과 지원을 동시에 병행하지 않고는 불법 사채 근절은 요원하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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